이문일 논설위원

'오래된 가게, 30일간의 기록'이 지난 6일 인천대 교양과목 영상자료로 상영돼 눈길을 끌었다. 대학에선 처음으로 지역의 사람·역사·문화 등을 주제로 한 정규 강좌다. 인천을 깊이 있게 탐색하는 자리였다는 평을 듣는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시민제작단이 인천에 얽힌 이야기와 사람을 담고 있는 노포(老鋪)를 10편의 다큐멘터리로 기록한 작품. 대학생들은 살아 있는 인천의 '역사'를 시청하며 지역을 다시 돌아보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지역 사회와 대학이 맺는 바람직한 관계이고, 시민들이 직접 만든 영상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만 해도 100년을 넘은 가게가 아주 많다. 일본에선 대대로 신용을 쌓으며 가업을 이어온 상점을 가리켜 '시니세(老鋪)'라고 부른다. 중국에선 역사가 깊고 전통이 있는 상호를 '라오즈하오'라고 한다. 요즘은 방송을 통해 이들 국가의 노포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른바 '먹방'이 유행하면서 오래된 음식점들의 맛을 음미하기도 한다.

인천에선 1883년 개항 이후 비로소 상업이 활성화한 후 일본의 영향을 받아 노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인천인들에게 잘 알려진 음식점을 비롯해 양복점, 잡화점, 의류·제화점 등이 그 곳이다.
인천의 노포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끊임없는 세월의 쳇바퀴 속에서도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왔다. 인천에 터를 잡고 삶을 이겨내며 버텼다.

노포 주인들은 대개 "그저 먹고살려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보니 여태까지 왔다"고 말한다. 이들의 땀과 눈물이 젖어 있고, 나름 운영 철학을 담았기에 우리는 그 오래된 가게를 기억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를 이은 가게들도 생겼지만, 견디다 못해 폐업한 곳도 수두룩하다. 그만큼 이제 '옛날'처럼 장사를 하기엔 몹시 어렵다는 얘기다. 당장 가게를 잇기엔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탓에 버겁기만 하다. 오래된 가게의 자부심과 긍지를 살려주면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할 방안은 없을까.

인천시가 인천에서 30년 이상 운영한 가게를 대표할 명칭을 오는 29일까지 공모한다. '노포 브랜드 네이밍 공모전'을 일컫는다. 중소기업벤처부의 '백년가게', 서울시의 '오래가게'처럼 인천만의 오래된 가게 의미를 함축한 명칭을 찾는다고 한다. 평범하지만 꾸준히 삶의 터전을 일궈온 가게의 스토리를 시민과 함께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하나 이들 노포의 생활이 그리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잘 되는 곳'도 더러 있지만, 상당수는 허덕거리며 간신히 버틴다. 시는 이름을 짓기에 앞서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가게에 대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원할 일은 없는지 살펴봤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