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재 전 인천서부교육장

 

모든 일은 원칙과 기준이 애매모호하면 흔들리기 마련이다. 작금의 교육제도 논쟁이 정책자와 수요자의 이해득실 앞에서 사회적 비용의 소모가 크다.

몇몇 지도층의 자녀교육 과정을 두고 세간에 말이 많더니, 끝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그 여파는 교육제도 변경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과 수학능력시험전형의 대입제도가 도마 위에 놓인 이 와중에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학교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제도보다 이를 운용하는 이들의 문제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종합사회 2012'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의 틀 안에서 자기 이익추구 용인'이 42%로, '공정과 정의의 가치 해치므로 불가'가 43%로 나타났다. 법의 틀 안에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였다하더라도 문제는 편법, 탈법이 없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의 입시 제도를 되돌아보면 시소게임 모양새다. 한 방향으로 흐르다가 지나치다 싶으면 반대 쪽으로 법과 제도를 바꾸어 시행해 왔다. 시험전형을 하다가 내신전형으로, 수능시험전형 다음에 학생부종합전형이 힘을 얻다가 공정성을 내세워 다시 수능 중심의 전형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몇 년 뒤에 일반고로 전환하여 대입에서 고교서열화를 없애겠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있었다. 벌써부터 선호 학군의 집값이 들썩인다는 보도다. 제도 개편의 수혜자는 재력과 정보력이 뒷받침되는 일부 학생이고, 적응에 뒤처지는 쪽은 흔히 말하는 '흙수저'들이다.

조선시대 반상제도가 6·25전쟁으로 붕괴되었으나 이제는 재력이 곧 교육력이 되고, 학벌이 기회독점을 심화시켜 사회적 성공으로 연결되는 세습이 우려된다.

학력평준화는 이상에 가깝다. 평준화를 추구하되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의 관점에서 교육을 키워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수월성과 다양성을 뒤로하고 국가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먼저, 선발권을 가진 대학에 힘을 실어주고 대학의 입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책임 있게 길러내야 하며, 선발과 학문연구라는 영역은 본연의 업무이다.

다음으로 교육자치라는 명분으로 교육의 정치 예속화를 궁극적으로 없애야 한다.
교육 본질을 추구해야 할 입법기관이나 지자체의 교육정책 입안에 교육전문가가 자리잡지 못하고 학교 현장과 유리되어 있다. 미래의 동량을 키우기 위해 큰 틀에서 교육은 교육전문가 중심이어야 한다.

그리고 과학교육과 영재교육, 환경·에너지교육, 직업교육이 기본학력 신장교육과 더불어 더욱 강조돼야 한다. 매년 들려오는 이웃나라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마냥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인재 육성의 교육적 측면에서 예측 가능한 교육계획의 수립과 추진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