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노천 박물관 이탈리아의 고민 <906회>
[신용석의 지구촌] 노천 박물관 이탈리아의 고민 <906회>
  • 인천일보
  • 승인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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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30대 초에 이탈리아를 처음 갔을 때는 모든 것이 오래되고 지저분하게만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되었던 이탈리아 영화 <픽 포켓>과 <자전차 도둑> 같은 현실 고발 영화를 보았던 기억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소매치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차츰 들면서 이탈리아의 모든 도시들과 나라 자체가 고고학 박물관이며 이탈리아인들이 명랑하고 다정다감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패션과 미식(美食)의 본거지가 이탈리아인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이제는 전설 같은 영화가 된 1953년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로 유명세를 타게 된 스페인 계단은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 되었다. 가족들이나 연인들은 스페인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계단에 앉아서 로마의 휴일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로마시 당국은 스페인 계단에 앉아있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꾸고 위반하는 사람들은 400유로(약 55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유명한 보석상 불가리의 20억 성금으로 완벽하게 보수공사를 끝낸 스페인 계단에는 경찰관들이 배치되어 있다. 로마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일 메사제로'는 앉아있는 사람들이 없는 계단은 너무 쓸쓸해 보이고 스위스 식으로 엄숙한 분위기가 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계단 인근 상인연합회의 세르모네타 회장은 '로마는 노천박물관'이라면서 '파리의 루브르나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처럼 절도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영화 애천(愛泉)의 무대로 알려진 트레비분수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로마의 명소다.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전설로 분수에는 동전들이 쌓이고 여름에는 분숫물에 발을 담그거나 심지어는 팬티만 입고 물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앞으로는 4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즐겁기보다는 몸살을 앓고 있다는 베네치아를 가려면 내년부터는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하고 최고 10유로의 방문세를 내야만 한다. 매년 약 20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 여러 도시들의 선두에서 방문세를 도입하고 산마르코 광장이나 리알토 다리에서 앉아만 있는 관광객들에게는 로마에서처럼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해가 바뀔수록 늘어나는 관광객 대책에 부심하는 이탈리아의 고민을 많은 나라와 도시들은 부러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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