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영화 '모리스'
▲ 영화 '모리스' 스틸컷. /사진제공=영화공간주안

'동성애자 처형' 20C 초 영국 배경
32년 전 촬영작 이제야 국내 개봉


남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사랑해. 너도 알고 있었지?"

12일 영화공간주안에서 상영된 '모리스'는 퀴어 영화다. 남성 동성 간 사랑을 다룬 작품은 많지만 모리스의 배경이 20세기 초 영국이라서 구별된다.

당시 영국은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동성연애자들은 재판에 넘겨 처형했다. 더군다나 주인공 모리스와 클라이브는 신앙과 권위, 율법을 중시하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장래가 유망한 학생들이었다.

두 청년은 "누구를 사랑하든 사랑이야"라는 말로 관계를 정당화하려 애쓰지만 사랑 자체가 위법이 되는 현실이 늘 두렵고 불안하다.

위태롭지만 절절한 애정을 지탱하던 둘은 동성애에 대해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리며 나름의 삶을 산다. 퀴어 영화 가운데 유일할 정도로 결말이 해피엔딩에 가깝기 때문에 '모리스'는 제작과 동시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못했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1987년 EM포스터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지만 3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국내 개봉이 성사된 것이다. 클라이브 역을 맡은 휴 그랜트의 20대 모습을 생생히 본다는 묘미는 있으나 이 세월이 우리 사회가 '다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또 영화야 어떻게든 상영되고 있지만 영화를 받아들인 만큼 사회적 인식 변화도 생기는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인천에서는 성소수자들이 문화축제를 개최할 장소도 마음껏 정하지 못하는 등 여전한 갈등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1910년 모리스와 클라이브는 인간의 본성을 용인하지 않는 시대적 금기에 좌절했지만 10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땅에서 둘이 다시 만난들 뭐가 달라졌다고 느낄지 미지수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