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혜 문체부 차장

 

▲장지혜 문체부 차장

최근 인천에서 의미 있는 일이 추진되고 있다. 바로 인천 근현대미술 100년사 편찬 준비다.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 근대 동양화단의 대가 이당 김은호, 서예가의 대표주자 검여 유희강, 한국 최초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 한국 최초 미술평론가 이경성 등이 모두 인천 인물이다.

우리나라 근대 미술을 이끌었던 걸출한 이들이 한 지역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전국 어디에도 사례가 없을 정도다. 가히 인천이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시민들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에 비해 선조 예술가들의 업적을 기릴 만한 흔적이나 사업은 빈약하다.

인천 근현대 미술이 꽃을 피운지 이제 꼭 100년이 되었는데도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현실이다.
지금의 상황 속에서 100년사 발간은 작지만 중요한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를 정리해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한 기본 활동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 시작조차 지역 예술인들이 십시일반 모여 자구책을 강구한 결과라는 사실은 안타깝다.
인천시 등 지자체가 무지하거나 나서주지 않자 인천 원로 문화예술인과 청년들이 자체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연구하고 계획을 짜는 일이 오로지 시립미술관 하나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예술의 뜻을 잃지 않은 이들의 힘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술인들은 '인천이 근대미술의 근원지입니다'라는 표어가 담긴 배지도 만들어 달고 다닌다. 우리의 자존감은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시 당국은 이제라도 이들의 뜻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거창한 새 사업을 벌이는 것도 좋지만 기존에 가진 유구한 역사를 빛내는 쪽도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