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쌩쌩 아스팔트 걷어내고 사람들 모이는 사랑의 뜰로
▲ 인천애(愛)뜰 개장 이후 인천시청 주변 전경. /사진제공=인천시

 

▲ 1985년 개청 직후 인천시청. /사진제공=인천시

 

▲ 인천애(愛)뜰 위치도. /사진제공=인천시


박남춘 시장 '1호 지시사항'
시민이 기본계획·명칭 제시
기존 '미래광장' 문제점 보완
시민 콘텐츠로 공간 채우기로


인천시청은 지난 1985년 12월 '구월동 시대'를 열었다. 중구 관동 현 중구청 자리에 있던 시청사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1981년 직할시 승격으로 도시가 팽창하면서 구월동으로 옮겨갔다. 1980년대 구월동은 과수원, 축사 등이 있는 한적한 교외 지역이었다. 시청이 들어선 뒤에도 주변은 허허벌판이었고, 청사 앞 아스팔트는 벼를 말리는 공터로 사용되기도 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시청 주변도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시청은 차도와 건물에 둘러싸였고, 담장으로 가로막힌 청사는 시민 공간과 거리가 멀었다. 구월동 청사 개청 34년 만에 인천시청 앞마당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인천애(愛)뜰'이라는 이름이 붙은 광장은 잔디마당을 품은 휴식처로 거듭났다. 인천시는 밑그림부터 활용안까지 시민 아이디어가 담긴 '인천애뜰'을 소통·문화 공간으로 꾸며 가기로 했다.

지난 2002년 인천시청 앞에는 '미래광장'이 조성됐다. 당시 '자연친화형 도심광장'을 표방했던 미래광장은 차도로 둘러싸여 시민 접근이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로 발길도 뜸해졌다.

'도심 속의 섬'으로 남아 있던 미래광장은 '인천애(愛)뜰'로 거듭나면서 17년 만에 묵은 때를 벗었다. 낡은 시설은 보수됐고, 피크닉 테이블과 벤치 등 휴게시설이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보완됐다. 광장을 단절시켰던 도로는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시민 참여로 조성된 인천애뜰
인천애뜰은 지난해 7월 취임한 박남춘 시장의 '1호 지시사항'으로 탄생했다. 청사 앞마당부터 기존 미래광장까지 200여m의 길이로, 2만㎡ 면적에 조성됐다.

지난해 8월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시작으로 구체화한 인천애뜰은 23명의 시민대표로 구성된 자문단 회의 등으로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전문가 자문, 시민 공청회, 유관기관 협의를 통해 보완을 거쳤다.

인천애뜰이라는 이름도 시민 공모와 투표로 정해졌다. 지난 6월4일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500인 시민시장 토론회'에서 제안자인 시민 강태원씨는 "인천 시민들이 가족처럼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며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얘기할 수 있는 뜰을 생각했고, 가족의 사랑을 상징하는 애(愛)라는 글자를 넣었다"고 말했다.

정문 앞 은행나무 주변에 데크를 설치해 다양한 행사가 가능한 공간으로 꾸민 것도 시민단체 아이디어였다. 아름드리나무로 자란 이 은행나무는 1985년 구월동 시청사가 개청할 때 심어졌다. 시 녹지정책과 관계자는 "은행나무 주변을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꾸미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아스팔트 대신 잔디마당으로
인천애뜰이 꾸며지면서 시청 담장은 허물어졌고, 정문 앞 로터리는 광장으로 탈바꿈했다. 횡단보도 4개가 새로 만들어져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람 중심의 공간이 된 것이다. 잔디마당과 바닥분수, 쉼터도 갖춰졌다.

특히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걷어낸 시청 앞마당은 시민이 산책할 수 있는 넓은 잔디밭으로 꾸며졌다. 곳곳에 피크닉 테이블과 벤치도 놓였다.

시는 인천애뜰과 인근 중앙공원을 연결해 '도심 속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숲길로 만들자는 시민 의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이 주인 되는 공간으로"
시는 인천애뜰을 시민이 콘텐츠를 채워가는 문화 공간이자 쉼터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시민에게 즐거움과 휴식을 선사하는 공간이자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열린 광장 문화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

새로 꾸며진 바닥분수 광장 주변 등 인천애뜰 곳곳은 버스킹 공연 무대가 된다. 야외 결혼식은 물론 벼룩시장, 전시회, 생활체육활동 등 문화·체육 행사로 쓰임새도 무궁무진하다.

인천애뜰 사용 신청은 방문, 우편, 전자우편 등으로 하면 된다. 인천시 누리집 '소통광장'에서 사용 신청 서류를 내려받을 수 있다. 사용료는 1㎡당 1시간에 10원이다. 3160㎡ 면적의 잔디마당을 2시간 이용하면 사용료는 6만3000원이다.

인천애뜰에서의 집회는 '인천애뜰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적용을 받는다. 인천애뜰은 공공청사부지와 일반광장부지로 나뉜다. 공공청사부지는 청사 경계 안쪽의 잔디마당이 해당되고, 바닥분수·음악분수 광장은 일반광장부지다. 집회는 일반광장부지인 바닥분수·음악분수 광장에서만 가능하다고 시는 설명했다.

안상윤 시 녹지정책과장은 "인천애뜰이라는 이름처럼 시민이 사랑하고, 시민이 주인으로 채워나가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300만 시민 누구에게나 쉼터가 되고, 소통·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시청 외벽은 스크린 변신 광장 나무엔 은하수 걸려
주말 밤 '미디어 파사드' 공연

▲ 지난 8일 시연 행사를 가진 '인천애(愛)뜰' 미디어 쇼.  /사진제공=인천시
▲ 지난 8일 시연 행사를 가진 '인천애(愛)뜰' 미디어 쇼. /사진제공=인천시

지난 8일 인천시청 앞 광장인 '인천애(愛)뜰'에 무지개빛 조명이 켜졌다. 화려한 색상의 조명은 인천애뜰을 가로질러 시청과 광장 주변을 수놓았다. 건물 외벽에 조명을 비춰 인천애뜰의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매김할 '미디어 파사드(Medai Facade)'다.

인천시는 이달부터 주말 밤마다 미디어 파사드로 인천애뜰을 야간 명소로 꾸밀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미디어 파사드는 시청 본관과 데이터센터 벽면을 무대로 펼쳐진다. 인천애뜰 곳곳의 나무에는 은하수가 쏟아지는 조명이 연출된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영상을 비추는 개념이다. 인천애뜰 미디어 파사드는 시청 본관과 데이터센터 벽면을 시민 참여 영상이나 스포츠 이벤트 등으로 채운다. 잔디마당에는 시민 촬영 사진이 실시간 홀로그램으로 표출된다.

시는 이달까지 시연을 마치고 다음 달부터 정기 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시 녹지정책과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벽면과 잔디광장 양측으로 시민 사진이나 사전 접수한 동영상을 상영할 계획"이라며 "시민이 참여하고 체험하며 즐기는 공간으로 꾸며 밤낮으로 인천애뜰에 시민 발길을 이끌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