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 반환 예정 부평미군기지의 가을.


만추(晩秋). 가을이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사계절 중 가장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풍성한 가을이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은 잔인하리 만큼 팍팍해지는 때다.

미국 워싱턴 광장 서쪽의 한 작은 구역에 가난한 화가들의 거리가 있었다. 늦가을 무렵 이 거리의 젊은 화가 존시는 폐렴에 걸리고 만다. 그녀는 창밖 담쟁이덩굴잎을 매일 세면서 잎이 모두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거라 생각한다.

어느날 밤 비바람이 유난히 몰아쳤고 존시는 죽을 거라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하지만 아침이 되어도 마지막 잎새 하나는 떨어지지 않고 꿋꿋하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삶을 포기하려던 그녀는 자신을 반성하고 살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그 잎은 그녀의 삶을 이어가길 바라던 나이들고 가난한 화가 버먼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존시를 위해 마지막 혼을 다해 담쟁이덩굴에 이파리를 그려넣었던 것이다. 미국의 작가 오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의 줄거리다.

과연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일까.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입이 연 1200만원, 월 100만원을 밑도는 예술인이 전체 72.2%에 달한다고 한다.

예술인 개인이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 수입은 평균 1281만원에 불과하다. 인천의 예술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 수에 비해 결코 많지 않은 갤러리인데다 이마저도 공을 들여 준비한 전시에서 팔리는 작품은 제한적이어서 운영하기도 벅차다. 결국 예술가들은 지원 사업에 매달리고, 그마저 어려우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인천을 등지는 일이 허다하다. 관이 주도하는 예술문화의 영역만 풍성할 뿐 순수 예술인들의 삶은 여전히 춥고 배고프다.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도시 인천은 언제나 현실이 될 것인가. 인천의 예술인들에게 마지막 잎새와 같은 희망이 비치는 날을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