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형식 성경 전시 3일만에 대학 '철거'명령
"결국 졸업 못해" "상업적인 소통 고려한 조치"
▲ 11일 오후 경기도내 한 예술대학 졸업작품전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주제로 전시될 학생의 작품이 종교적인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며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은 논란 속에 전시된 작품을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도내 한 대학이 '예수 그리스도' 주제의 학생 졸업작품을 놓고 시끄럽다. 학생이 교수로부터 종교적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교수는 정당한 절차라며 '갑론을박' 다투고 있다.


11일 국민권익위원회와 A대학교 학생, 교수 등에 따르면 최근 예술분야 학생이 전시한 졸업작품의 당위성을 놓고 학생과 교수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작품은 학생 졸업전시회에 출품하는 용도로, 성경을 편지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친근하게 알린다는 제작자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작품이 전시회에 들어온 지 3일 만에 심사·평가회의가 철거를 주문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종교적인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온 것.

작품을 제작한 B학생은 철거를 거부하고, "주제가 종교적이라는 이유로 교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교육부·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기하며 반발 중이다.

B학생은 "졸업전시회 작품의 주제를 놓고 담당 교수 상의가 이뤄지던 지난 9월 C교수가 B학생에게 '종교적인 것을 꼭 해야겠느냐'고 말했다"며 "나는 꼭 해야겠다고 했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사·평가회의가 좋지 않게 나온 후 고칠 부분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고, 졸업 전시가 6일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교수에게 컨펌(조언)을 받아 작업했다"며 "우여곡절 끝에 전시를 하게 됐으나 '종교성이 짙고, 창의적이지 않다'는 사유로 평가에서 떨어져 철거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여명 평가대상 학생 중 한 명도 철거된 사례가 없다"며 "종교적 편향이 졸업전시 전반에 소통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졸업을 못하게 됐다"고 분노했다.

해당 학생 외에도 일부 학생이 졸업작품 전시의 과정에 형평성이 결여됐으며, 심의·평가회의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담당 교수는 절차상 하자가 전혀 없고, 학생 측이 억지를 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C교수는 "종교적 언급을 한 건 사실이나, 상업적으로 소통이 돼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한 말이지 차별을 한 게 아니다"며 "종교는 철저히 개인 취향이고, 내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허락해서 결국 하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그는 "학생에 대한 평가는 교수 한 명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평가회의를 거친다. 학생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가가 정당하다는 서류도 충분하다. 권익위 진정 등에 소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과 학부모가 한쪽의 입장만 생각하고 항의를 하는데 이런 일이 처음이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