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일부 공립유치원들이 오전 정규 교육과정을 줄이는 방침을 정하자 학부모들은 '학습권 침해', 노조는 '단협 위반'을 주장하며 반발에 나섰다.

11일 남동구와 연수구에 있는 병설유치원들의 2020년도 원아모집 요강을 보면 다수 유치원들이 오전 교육과정 시간을 20~30분 줄인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유치원 수업은 오전 '교육과정'(9~14시)과 오후 '방과 후 과정'(14~19시)으로 나뉜다. 교육과정은 관련 규정 상 4~5시간 내에서 학교 관계자들 협의로 정할 수 있다. 그간 남동구와 연수구 유치원들은 주로 5시간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유치원들이 교육과정 시간을 20~30분 줄인 계획을 세우자 일부 유치원 학부모들은 반대 서명을 원에 제출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학부모 황은미(41·여·서창동)씨는 "'활동'이 아닌 '교육'이 이뤄지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교육과정 중 1~2시간에 불과한데 그마저 줄면 아이들 학습권이 침해받는다. 학부모 동의도 없었고 명분도 궁색하다"고 말했다.

각 유치원들은 교사들의 업무 과중을 교육과정 축소 명분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줄면 자연스레 방과 후 수업이 늘어 방과 후 강사들의 노동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교육공무직 노조는 이 같은 일방적인 수업 축소는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맞서고 있다. 시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맺은 단협에는 방과 후 과정 강사 수업시간 조정을 위해선 당사자들과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노조 관계자는 "원의 전횡적인 수업 시간 변경을 막기 위해 단협에 힘들 게 넣은 규정인데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양미선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사는 "수업 조정을 추진 중인 유치원들이 어디인지, 사전협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