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인권' 지켜온 10명의 활동가 이야기 … 여성 노동관련 법률도 담아
▲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지음, 이프북스, 248쪽, 1만3000원
▲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지음, 이프북스, 248쪽, 1만3000원

 


1970~80년대 대한민국이 섬유와 전자로 산업과 경제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했을 때 그곳에 여성들이 있었다.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로 향하던 그 시절 운이 좋아 혹은 고집을 부려 대학에 입학했던 여자들은 캠퍼스에서 최루탄과 지랄탄을 맞으며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투쟁의 현장에서 경찰서와 형무소를 오가며 살아남았고 이제 그곳에 있던 그녀들이 '비정규직'과 '돌봄'이라는 노동문제를 관통해 이곳에 모였다.

지금은 환경, 노동, 교육 등의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줄 알았지만 서로에게서 발견한 친근감은 그들이 같은 시대를 통과해 함께 모이게 됐다는 어쩌면 기적 같은 사실 때문일 것이다.

2019년 3월, ㈔일하는여성아카데미에서 치유글쓰기 워크샵이 시작되었다. 바로 그곳에서 그녀들이 만나게 됐다. 이미 만났거나 자주는 아니어도 서로 얼굴만 아는 정도의 지인이었던 10명의 여성노동활동가들은 이 시간에 각자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내려가며 알게 됐다.

상고를 겨우 졸업하고 봉제공장에서 일하다가 1980년대 거대한 노동운동의 물결 속으로 들어간 유정임 안나, 1985년 부당해고 복직투쟁과 톰보이 불매운동으로 투쟁하는 삶을 살게 된 박남희 파드마, 대학에 입학하면서 '여성문제연구회' 동아리에 가입하고 4·19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연행된 이주환 리나, 가장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그래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인 화양연화는 1987년 6월, 시청앞 광장이라는 정선 하늬바람, 여성이지만 여성의 삶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지만 여성노동자회에서 일하며 성장하고 행복해하며 그곳에 있는 김미경 푸카, 20대에 페미니즘 투사였지만 오늘도 미완성의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좌충우돌 페미니즘 실천활동을 계속하는 모윤숙 등대, 20대 초반 몸과 마음이 시퍼렇게 멍들만큼 힘들고 아픈 노조활동을 한 김정임 수평선, 1987년 종로5가 불타는 파출소 앞에서 "독재 타도 호헌 철폐"를 외치며 시위했던 이원아 보라, 가사노동이 경제활동이 되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부당한 현실이 불편한 최혜영 꾸다, 요양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할머니를 통해 여성의 돌봄노동 현실을 자각한 양향옥 자유 등 그녀들은 몸소 느끼고 겪은 삶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여성노동의 계보이며 대한민국을 관통해 온 노동운동의 이슈들이었다.

이 책의 특징 첫 번째는 1980년~현재까지 지은이들의 활동 중심으로 기록된 여성노동운동사 타임라인을 실은점이다. 주요 사건과 실사를 연도별로 배치하여 대한민국 노동운동사에 여성들이 언제 어디에 어떻게 있었는지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여성인 나, 엄마, 언니, 이모의 삶을 대변하는 여성노동을 기록했다.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들에게 유난히 불평등하고 불리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그 문제의식을 정면돌파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위의 모든 여성이 겪고 있는 생생한 진실이다.

특징 세 번째는 부록으로 '여성, 여성노동자들에게 더 필요한 정보는 없을까'하는 생각 끝에 '남녀고용평등법', '영유아보육법', '근로기준법 제5장 여성과 소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 여성 노동관련 법률을 실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