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정기환 논설위원

수년 전 어느 신문이 전국의 세금낭비 현장을 쫓아가는 기획기사를 이어갔다. 그런데 그 사례들이 워낙 어이없거나 기발해서 화제가 되곤 했다. 그래서 세금이 줄줄 새는 얘기에도 불구, 분통이 터지기보다는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했다. 덕분에 상금액수가 후하기로 소문난 대기업의 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인천에서도 당시의 월미은하레일이 한 꼭지를 장식했다. 제목이 '짓는데 853억, 부수는 데 250억'이었다.

충북 괴산군은 2005년 5억원을 들여 무게 43.5t짜리 초대형 무쇠가마솥을 만들었다. 뚜껑 무게만도 5t에 달해 솥을 열고 닫을 때는 기중기가 필요했다. 기네스북에 올려 관광객을 끌기 위해서였다. 군민들이 한솥밥을 지어먹는 이벤트를 벌여 주민화합을 도모한다는 취지도 곁들였다. 기네스북 등재는 실패했다. 호주에 더 큰 그릇이 있었던 것이다. 한솥밥 이벤트도 허사였다. 솥이 너무 커 3층밥이 되서다. 전북 진안군은 40억원을 들여 동양에서 물을 가장 높이 쏘아 올리는 분수를 만들었다. 170m까지 올라가는 용담호 분수다. 그러나 날이 좀 가물면 분수 주위에 물이 빠져 쏠 수가 없었다. 연간 2억원의 전기료도 만만치 않아 그냥 방치됐다. 고철값 7억원에 내놓았으나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8억7000만원을 들여 보삼영화마을기념관을 지었다. 1970∼80년대에 '뽕' '변강쇠' '씨받이' 등을 촬영했던 고장이다.

처음 만들 때는 인근에 있는 공원묘지의 추모객들을 불러들인다는 취지도 있었다. 그러나 공짜 영화를 보러 오는 마을 주민들을 빼면 외부인의 발길은 찾기 힘들었다. 슬픔에 잠긴 추모객들이 돌아가는 길에 국산 에로영화 기념관을 들르리라 했던 기대도 처음부터 빗나가 있었다.

경기도 포천의 산정호수 공영주차장이 준공도 전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균형발전사업에 선정돼 사업비의 75%를 도에서 부담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사업이 추진되면서 사업비가 처음 30억원에서 43억원으로까지 불어났다.

반면 주차장 규모는 당초 512면에서 143면으로 줄어들었다. 4평 남짓 넓이의 주차장 1면당 3007만원 꼴이다. 땅값 비싼 시내 중심지도 아니다. 나름대로 사정이야 있겠지만 그 돈이면 주차면마다 금을 입힐 수도 있겠다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차를 대고도 1㎞를 걸어나와야 한다니 이용객이 없을까 걱정이라고 한다. 세금낭비를 두고 흔히 "자기 주머니 돈이면 저렇게 쓸까"라고 한다.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