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오홍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7년 3.2%, 2018년 2.7% 성장하였던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올해 2% 중반대 경제성장을 전망하던 국내 연구기관에서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한국금융연구원은 1.9%로 전망치를 내려잡았다.

해외기관들의 전망은 국내보다 더 어둡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던 IMF는 지난 10월 2.0%로 하향 조정했고, 스탠다드차티드·골드만삭스는 1.9%, BoA메릴린치·모건스탠리는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올해 우리 경제는 2% 성장이 어려울 듯하다.

경제성장률이 2%에 미달한 것은 1980년 석유파동,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등 4번뿐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역대 5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잠재 성장률이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추세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저조한 경제성장이 우리 경제에 주는 심리적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재정의 과감한 집행 등 2% 경제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도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p 인하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수출, 투자,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는 호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인천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인천지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4/4분기 제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각각 62와 70을 기록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응답자의 70.4%가 '2019년 영업이익'이 목표치에 미달할 것으로 우려했고, 55.7%가 투자도 전년보다 많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인천 기업인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있고, 경기 침체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우리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의 경기 침체는 미·중 무역 분쟁, 중국 경기 둔화, 세계 경제 위축 등 대외 요인과 장기간에 걸친 소비심리 위축, 투자 부진, 신성장산업 발굴 미흡 등 국내 요인이 중첩되어 야기된 것이다. 이러한 침체 요인들은 우리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고, 단기간 해소되기도 어렵다. IMF 등에서는 호조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도 2020년에는 둔화하고, 중국 성장률도 내림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침체를 극복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는 IMF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초유의 상황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항상 위기 극복에는 기업이 앞장서 왔다.

우리 기업은 과감한 도전과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기업가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의 경제를 만들었다. 지금의 경기 침체도 기업이 나서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위축되고 있는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

우선적으로 기업인들의 사기를 높여주어야 한다. 구시대적인 규제를 풀고,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는 혁신기업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고속도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노사관계 등 직면하고 있는 현안 과제들을 잘 조율하여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 우리 경제가 주도적으로 경쟁력을 높여나가게 해야 할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면, 머지않아 우리 경제는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를 만날 것이다. 기업가 정신 살리기, 우리 인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홍식 상근부회장은 고려대 행정학과 출신이다. 제24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에 입문해 인천시 교통국장, 도시개발본부장, 인천시의회 사무처장, 인천세계도시축전 사무총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 인천교통공사 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