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경기동부취재본부 부장
▲이동희 경기동부취재본부 부장

색깔론이 성남지역 정가와 문화예술계, 시민사회를 휩쓸고 있다.
성남민예총이 3일 연 '남누리 북누리' 콘서트에서 김일성(전 북한주석) 배지 사진을 셔츠 가슴에 붙이고 한 공연이 출발점이다.

자유한국당 민경욱(인천 연수을) 의원이 색깔론에 불을 지폈다.
민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일성 사진을 가슴에 붙이고 노래를 부릅니다. 북한이 아니고 성남시가 예산을 지원한 문화행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김일성이 당신에게는 어떤 존재입니까?"라고 했다.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협의회와 보수단체도 거들며 은수미 시장의 사상검증 공세까지 퍼부었다.

한국당은 "은 시장은 김일성을 홍보하는 듯한 성남민예총 행사에 예산을 지원했다"며 "은 시장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정책실장 겸 중앙위원 출신으로 구속된 전력도 있다"고 했다. 자유청년연합은 은 시장 등 3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일성 배지 사진(공연소품)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성남종교시민사회단체는 한국당이 문화공연에 색깔을 덧씌우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성남종교시민사회단체는 6일 "한국당이 '남누리 북누리' 콘서트에서 소품으로 사용한 김일성 사진을 문제 삼으며 억지 색깔공세를 펴고 있다"며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연극 등에 등장하는 인공기, 김일성 사진도 다 문제가 되고 연출자나 작가 모두 처벌받아야 하냐"고 반문했다.

성남민예총은 "북한에 있는 아들이 남한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은 '오, 나의 어머니'라는 시를 현장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김일성 사진 소품을 사용한 것"이라며 "(시 낭송) 퍼포먼스를 퍼포먼스로 보지 못하고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에 아연실색할 뿐이다"고 반박했다.

은수미 시장은 "축사는 평화를 염원하는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유인물로 사전에 제작된 것"이라며 "철지난 색깔론은 우리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시대를 거스르는 행위일 뿐"이라고 했다.

조지프 R 매카시(Joseph R. McCarthy) 공화당 상원의원은 1950년 미국 내에 공산 세력이 침투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매카시즘(McCarthyism)이다.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고 마녀사냥을 했다. 매카시 의원은 그 뒤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나 정치를 그만뒀고 매카시즘도 자취를 감췄다.

색깔론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다. 색깔론은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반공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됐기 때문이다.

색깔론은 어느 정도 보수진영을 결집하는 도구이지만 그 유력이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은 김일성 배지 하나로 무너질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 또 관람객이 이 공연을 보고 공산주의자를 숭배하고 역사를 그릇되게 인식하는 것이 아니냐고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 '강철비'의 대사 가운데 한 대목이다.
"분단국가의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