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시장, 징용후손 임종우씨와 관람
▲ 인천 부평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창작 뮤지컬 언노운(Unknown). /사진제공=극단 아토

"국내 최대 일제 대륙침략 전초기지 인천 조병창에 해방 이후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이전 흔적 대부분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조병창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났으면 합니다."

지난 9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인천육군조병창' 근무 노동자 후손인 임종우(60)씨는 조병창 뮤지컬 '언노운(Unknown)'을 관람한 후 이같이 말했다.

언노운은 1930년대 말 중일전쟁을 위해 인천 부평구에 세워진 일제 최대 규모의 군수물자 보급공장 '조병창'을 배경으로 하는, 극단 아토의 창작 뮤지컬이다.

조병창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사례를 참조해 여공 '필남'과 친일파 자손 '재후' 등이 겪는 암울한 시대 속 민중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실제 임씨의 할아버지도 군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조병창 하청업체였던 '미쓰비시 제강'에 들어갔다.

"월급이 많다"는 모집책의 말에 속은 조선인 노동자 대부분은, 일본인 관리자의 감시 속에서 열악하게 일했다고 전해진다.

뮤지컬에서도 선반공장에서 시시때때로 손을 베는 필남은 물론, 가장 어린 여공 '재영'이 기계사고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임씨는 "조병창 노동자들은 전쟁 무기 부품 조립하는 일을 수백 번씩 반복하며 고단하게 일했다"며 "하지만 노동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남춘 인천시장도 임씨와 함께 뮤지컬 관람에 동참했다.

지난해 인천시는 인천 대표 공연콘텐츠 제작사업 가운데 하나로 뮤지컬 '조병창'을 꼽은데 이어, 지난해 12월 트라이보울에서의 쇼케이스 공연과 이달 초 부평 주한미군기지 캠프마켓 오픈행사의 갈라쇼 공연 진행을 지원했다.

언노운이 정식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시장은 "조병창에서는 규모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되고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일본정부가 부정하는 강제동원의 역사를 우리부터 정확히 알아야 하는 만큼, 이같은 예술작품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지역 문화예술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