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철거
▲ 철거 전 신일철공소 모습. /사진제공=스페이스빔 민운기 대표

인천 산업화의 나이테와 같은 동구 신일철공소가 결국 철거됐다. 제2애경사 사태를 겪으며 '근·현대 산업화 문화유산'을 줄기차게 외친 인천시의 문화정책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탁상행정에 머물고 있다.

10일 인천시 동구를 비롯해 '주민이 꾸미는 더불어마을' 주민협의체, 스페이스빔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동구에서 공무원과 철거업체 등이 만석동 신일철공소를 철거했다. 구는 신일철공소 철거를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굴착기로 지붕과 벽면 등 건물 모두를 부쉈다. 지붕 철거를 명분으로 나선 구는 신일철공소의 뼈대는 물론 그 속에 남아 있던 대장간 화덕과 굴뚝, 작업대 일부마저 없앤 것이다.

지난달 24일 구는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으로 내부 유물들을 수거해갔고, 지난달 27일 기습 철거에 나섰지만 주민 반발로 철수 했다.

시는 그동안 제2애경사 사태를 막기 위해 신일철공소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

지난 8일 인천시립박물관과 인천민속학회는 '인천지역 근현대 산업유산 연구현황 과제'를 주제로 한 공동학술회의를 통해 인천의 유·무형 산업유산 현황을 살펴보고 문화자원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또 시는 근대문화유산이 담긴 역사적 건축물이 헐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시 등록문화재' 신설을 내용으로 한 '인천시 문화재보호 조례 개정안'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신일철공소 철거를 막기 역부족이었고, 인천의 산업화 유산 중 하나가 쓰레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는 "안타깝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인천의 근대문화유산 중 특히 동구 산업유산을 철거하는 것은 역사 인식이 부족해서다"라고 비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