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범 붙잡고 조혈모세포 기증 '진짜사나이'
성추행범 붙잡고 조혈모세포 기증 '진짜사나이'
  • 황신섭
  • 승인 2019.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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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제5 공병여단 상사]

포천경찰서 표창장 수여
수술받은 청년 건강찾아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 건 새벽 2시쯤이었다.


처음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의심은 곧 확신으로 굳었다.

30대 남성이 60대 여성 뒤에 누워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이 몹쓸 짓을 하려던 순간, 옆에 있던 남성이 그를 단번에 제압했다. 이후 경찰에 신고해 성추행범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지난 6월6일 포천시의 한 사우나에서 성추행범을 붙잡은 주인공은 현역 군인인 이종명(사진) 상사였다.

제5공병여단 위국헌신 대대에서 행정보급관으로 복무 중이다. 이 상사는 사건 당일 가족과 함께 사우나를 찾았다가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

이종명 상사는 "솔직히 말해 이런 일을 직접 마주치다 보니 당황스러웠다"며 "그러나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포천경찰서는 최근 이 상사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이 상사의 용기 있는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올 3월 혈액암을 앓던 20대 청년에게 자신의 말초형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이 상사와 청년은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이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 헌혈에 적극 동참하던 이종명 상사는 2016년 3월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에 성분 헌혈을 등록한 상태였다. 이날 전화는 '이식 조정 기관에서 유전자가 일치하는 환자가 있는데, 조혈모세포를 기증해 줄 수 있냐'는 의사를 묻는 것이었다.

이 상사는 고민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선뜻 기증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환자의 고통이 심하다는 말에 기증 의사를 굳혔다.

기증자와 환자의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은 2만분의 1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과 청년의 인연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기증 전까지 철저하게 몸을 관리했다. 술, 담배를 모두 끊고 좋은 음식만 먹는 등 환자에게 최적의 조혈모세포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상사의 선행 덕에 해당 청년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현재 건강을 회복 중이다.

그는 "수술이 잘 됐다는 말을 들어 기쁘다. 하루빨리 병을 이겨내길 바란다"며 "선행과 선행이 이어져 고통 없는 세상이 되길 꿈꾼다"고 말했다.

/포천=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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