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
▲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는 사회복지 실천의 교과서다. '어르신 봉양, 어린이 보살핌, 가난한 자 구제, 상을 당한 자 도움, 병든 자 돌봄, 재난을 구함'이 선생이 생각한 애민 6조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예언한 듯한 지혜가 경이롭다. 인구 100만 남양주시의 시민통합 복지 비전은 '정약용 케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시민이 신뢰하는 남양주형 복지정책의 뿌리는 정약용 선생의 애민사상이다. 200년 전 꿈꾸었던 복지가 남양주에서 실현되는 셈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매년 정부의 복지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건 당연하다. 고령 사회 대한민국의 복지와 의료 관련 예산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지자체 예산의 대부분도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쓰인다. 남양주시 2019년 예산을 보면 약 80%가 복지예산이다. 그중 47%는 대상자에게 직접 지원되는 복지비용이다. 나머지 33%가 생활밀착형 인프라 구축으로 시민복지에 기여하는 간접 복지비용이다.

남양주시의 '정약용 케어'는 직접·간접 복지의 균형을 통해 공정하고 체계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접 복지비용이 국민의 기초생활을 지원한다면 간접복지, 즉 인프라복지의 확대는 시민의 기본생활에 기여한다. 편리한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교통복지, 하천과 자연환경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환경복지,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시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일자리 복지 등 지자체의 역할은 매우 크다.

올해 남양주의 여름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작년 7월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하천을 시민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생각했다. 청학천, 팔현천, 월문천, 구운천 등 관내 4개 주요 하천의 불법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물길과 바람길을 텄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라진 자리에 시민들은 돗자리를 펴고 발을 담궜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관행을 바꾸는 건 힘든 일이었다.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도 받았다. 하지만 주민들과 대화, 강력한 실천, 시민의 응원은 반발과 불법을 이겨냈다. 경기도와 다른 지자체에서 남양주의 사례에 주목했다. 되찾은 하천에는 앞으로 산책로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설치된다. 하천 정원화 사업으로 시민들의 환경복지가 업그레이드됐다.

생활교통비의 획기적 절감과 편리한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남양주 교통복지의 핵심이다. 단순히 교통문제의 개선이 아니라 '교통은 복지다'라는 마음으로 일을 추진했다. '대중교통 개선을 위한 시민과의 약속 캠페인'을 통해 잠실역 광역환승센터와 당고개역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남양주 교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현장이든, 국회든, 정부든 찾아가고 설득했다. GTX-B 노선 확정은 시민들의 열망과 함께 뛰어 이뤄낸 결과물이다. 마석에서 청량리까지 17분에 갈 수 있는 도시가 된 것이다.

사실 GTX-B 노선은 왕숙신도시가 살렸다. 남양주 왕숙신도시가 지정되지 않았다면 GTX-B 노선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었다. '선교통 대책 후입주'를 목표로 추진 중인 왕숙신도시는 남양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실제로 왕숙1지구에는 판교테크노밸리의 2배 규모인 140만㎡의 산업용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서울의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도시 남양주가 완성된다. 왕숙신도시는 남양주의 교통복지와 일자리 복지를 해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국비와 도비 보조사업이 대부분인 직접 복지예산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간접 복지예산을 늘리려면 지자체의 재정자주도(국·도비 보조 이외에 순수 시비로 자체사업을 할 수 있는 금액)를 높여야 한다. 경쟁력 있는 첨단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로 재정자주도가 올라가고, 생활밀착형 복지정책은 확장된다. 왕숙신도시가 잘 조성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문은 누구나 열 수 있다. 다만 아무도 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관습과 제도라는 벽을 넘어서 문을 여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나는 닫힌 문을 열고 싶다. 시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