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석 인천시 남북교류협력특별보좌관
▲장금석 인천시 남북교류협력특별보좌관

금강산 관광사업의 생명이 위험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며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의 시설물을 '싹 들어내라'는 지시를 한 것이다. 9·19평양공동선언과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담겼듯이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단지 시간문제일 뿐 그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영 딴판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관광 분야는 대북제재와 무관하다. 그렇기에 남과 북이 합의만 한다면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 중국국가여유국(中國家旅游局)에 따르면, 2018년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120만명에 이른다. 심지어 이탈리아의 한 여행사는 남북한 모두를 돌아보는 13박15일의 여행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나라들은 자유롭게 북한 관광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북미관계의 중재자, 촉진자를 자임했지만 미국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북으로부터는 '오지랖 넓은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가 돼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이다. 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지렛대다. 그렇기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럼에도 금강산 관광은 11년이나 중단됐다. 그사이 우리 기업과 국민들의 피해는 눈물로, 분노로 커져만 갔다.

금강산 관광은 북에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합의서가 일방적으로 파기되고 투자자들의 재산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북의 외자유치는 난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신뢰할 수 없는 나라에 들어갈 자본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남과 북은 운명공동체다. 이를 반영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신한반도 경제 구상'이다. 신한반도 경제 구상은 경제영토 확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 평화로운 한반도는 그동안 분단과 대결로 섬에 갇혀 있던 우리 경제를 대륙과 연결시킬 것이다. 그리고 침체기에 빠진 우리 경제에 커다란 활력이 될 것이다.

새로운 경제지도에서 인천은 환황해 경제벨트와 DMZ를 가로지르는 접경지역 평화벨트의 교차점에 있다. 해주·개성과 연결된 남북평화도로와 뱃길로 인적·물적 자원이 오가고, 명사십리와 금강산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개성을 거쳐 인천으로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백령공항을 이용해 서해5도의 경관을 즐길 것이다. 이처럼 평화는 인천 번영의 필수조건이다.

금강산 관광을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북이 비록 우리 측의 실무접촉 요구조차 거부하고 있지만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라는 조건을 달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여지는 남아 있다.
당장이라도 남북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북은 박왕자씨 사망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유감 표명과 함께 우리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약속해야 한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 선언으로 화답해야 한다. 미국과의 마찰이 부담스럽다면 개별 관광부터 허가하면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북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를 위로하는 조의문을 보내왔다. 사그라지는 남북관계를 되살리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