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8일 전관예우 관행 및 불법 사교육 행태, 채용비리 등을 겨냥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며 "실효성 있는 방안을 총동원해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하며 "논의나 의지 표명에만 그치지 말고, 국민들께서 확 달라졌다고 체감할 수 있도록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로부터 철저하게 단절 시켜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반부패협의회를 중심으로 비리와 부패를 근절하고 국민 삶 속의 생활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채용비리, 갑질, 사학비리, 탈세 등 고질적인 병폐를 청산하면서 사회는 조금 더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부패인식지수가 회복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공공기관의 청렴도도 매년 올라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여전히 사회 곳곳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이 국민에게 깊은 상실감을 주고,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로 확대 개편한 것은 부패를 바로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공정의 가치를 뿌리내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각오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위법행위 엄단은 물론, 합법적 제도의 틀 안에서라도 편법과 꼼수, 특권과 불공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는 어느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범부처 협업도 당부했다.

각각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도 이어졌다.

우선 문 대통령은 "전관특혜를 첫 안건으로 다루는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퇴직 공직자들이 과거 소속됐던 기관과 유착해 수사나 재판, 민원 해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전관특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공정 영역"이라며 "공정한 나라로 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힘 있고 재력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돼 평범한 국민들에게 고통과 피해를 안겨준 전관특혜를 공정과 정의에 위배되는 반사회적 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확실히 척결하는 것을 정부의 소명으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전관특혜로 받은 불투명하고 막대한 금전적 이익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공정과세를 실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법조계뿐 아니라 퇴직 공직자들이 전관을 통한 유착으로 국민생활과 직결된 민생과 안전은 물론, 방위산업 등 국가 안보에 직결된 분야까지 침해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며 노력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한참 부족하다"며 "전관특혜를 사전에 방지하고, 공직자들의 편법적인 유관기관 재취업을 차단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불법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의 불법과 불공정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관계 부처에 특별점검을 통한 실태 파악 및 불법 행위 엄단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학원가의 음성적인 수입이 탈세로 이어지지 않도록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도 반드시 확립하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교육비 부담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불신도 높은 만큼, 교육 불평등 해소와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채용의 공정성 확립은 청년들의 절실한 바람"이라며 "채용비리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벌한다는 원칙을 앞으로도 더욱 엄격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조합원 자녀의 우선채용 의혹 등 국민들이 불공정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불신을 해소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임직원들의 친인척 채용 의혹을 비롯해 일부 노조들에 제기된 이른바 '고용세습' 의혹을 언급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학력이나 출신지역, 가족관계를 배제한 채 능력으로 평가되도록 선발방식을 바꿨다"며 "이를 더욱 발전시켜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는 채용제도를 안착 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수요자의 수용성이다. 당사자인 취업준비생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여길 때까지 채용제도를 끊임없이 보완하고 개선해주길 바란다"며 "공공부문이 앞장서고 민간 부분도 함께 노력해 공정채용문화가 사회 전체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