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강요·회유로 상임이사 선출" 조합원
'거수기 임원' 행태 비판
내부 '보은인사' 자성목소리도

하남농협 조합장 측이 특정 인물을 상임이사로 선출하기 위해 채용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인물은 현 조합장의 선거를 도운 사람으로, 현재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단수 후보로 선출된 상태다.

7일 하남농협과 조합원 등에 따르면 하남농협은 지난달 18일 상임이사 1명을 채용하기 위한 공고를 냈고, 23~24일 이틀간 A씨와 B씨 등 2명이 지원했다.

임기 2년의 상임이사는 연봉이 1억원이며 연임 제한은 없다.

하남농협은 상임이사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지난달 24일 소집했으며, 같은달 29일 인사추천위원회 회의를 열어 A씨를 단수 후보자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대의원들에게 A씨의 상임이사 임용지원서와 자기소개서, 경영계획서 등을 배부했다.

하남농협은 오는 12일 총회를 열고 대의원 65명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거쳐 상임이사를 선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하남농협 조합장 측이 B씨에게 사퇴를 강요하고 자리를 보전해 주겠다며 회유까지 하는 등 인사추천위원회의 선출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조합장 측이 인사추천위원들에게 A씨의 지지를 당부하기까지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상임이사 응모자 B씨는 "지난달 25일쯤 조합장과 조합장 측근으로부터 상임이사 출마를 사퇴하라는 강요를 받았다"며 "논란이 일자 조합장 측근이 전화해 '자리를 지켜주겠다. 승복하는 거로 하자'고 회유했다"고 토로했다.

상임이사 채용을 놓고 말썽이 일자 하남농협 내부에서조차 '보은 인사' 논란과 함께 공정하고 깨끗하게 조직문화를 쇄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조합원은 "상임이사 추천과정에서 문제가 있는데도 조합장 눈치만 보고 있는 하남농협 임원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며 "하남농협이 하나로마트 사업에 나서는 등 도약하고 있는 만큼 조직문화도 '새로운 농협, 깨끗한 농협, 튼튼한 농협'이라는 캐치프라이즈에 걸맞게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은 공직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인이 당선되도록 하거나 당선되지 아니하도록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남농협 관계자는 "상임이사 선출과 관련한 내용은 별도로 정리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남농협 조합장은 답변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하남=이종철 기자 jc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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