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모든 시·군 1곳 이상 있어야"
관계자 "이용률 기준 시설 수 적절"
가정폭력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과는 반대로 경기도와 상당수 지자체들은 아동과 여성 피해자를 위한 '보호시설' 설립에 무관심하다. ▶관련기사 19면

7일 여성가족부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도내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31개 시군 가운데 10개 시군에 있는 12곳에 불과하다. 다른 21개 시군에는 보호시설이 없다. 안양시 3곳을 비롯해 성남·부천·안산·시흥·광주·김포·여주·용인·고양시에 각각 1곳이 있다.

경기연구원은 이미 2002년에 '보호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제안을 담은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의 기능강화 방안' 보고서를 냈다.

보호시설의 주된 목적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치유하는 기능'이다.

피해자들은 시설에 머무르면서 전문적인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가정폭력의 가해자와 마주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에서 법률지원을 받거나 자립을 준비할 수 있다.

도내 가정폭력 범죄는 5년(2014~2018년)간 매년 7만 건, 하루에 무려 191건 넘게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와 지자체의 무관심에 2002년 이후 보호시설이 3곳에서 9곳 느는데 그쳤다.

치유와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에 부합하려면 각 시군에 반드시 1곳 이상의 보호시설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피해자들이 자녀의 학교생활 등 생활권역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 해 12곳 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아동과 여성 피해자들은 약 422명(가정폭력 7만건 기준) 중 1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보호시설 12곳의 입주현황을 보면 정원이 166명이지만 126명만 이용했다.

결국 보호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대부분의 피해아동과 여성들은 생활권역에 있는 친척 도움을 받거나, 찜질방 등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경찰은 가정폭력 현장에서 겪은 경험으로 그동안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 '피해자 보호시설' 확충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한 해 7만 건 넘는 가정폭력 사건에 비해 보호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피해자들의 안정과 보호를 위해서라도 모든 시군에 1곳 이상씩 보호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보호시설) 이용률 기준으로 현재 있는 보호시설 수가 적절해 추가 설립의 필요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