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회담 긍정 평가
"적대 청산 역사적 첫 걸음
'세기의 이벤트' 장편되길
불신·대립서 대단한 진보
양국 합의문 잘 이행해야"
어르신 생전 北行 기대감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양국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지켜 본 경기도민들은 '한반도 평화'의 길에 들어서는 첫 단추가 잘 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70년 이어온 '적대관계 청산을 통한 새로운 북미 관계 건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노력 동참' 등의 합의가 지켜지기를 바랐다.

#숨죽이며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본 시민들

이날 수원역 대합실에서 TV를 통해 역사적인 만남을 지켜보던 도민들은 두 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또 나란히 앉아 악수하는 모습이 나오자 곳곳에서 탄성과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수원역에서 만난 김모(43)씨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종전선언과 비핵화 합의 등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모(29·여)씨는 "이번을 계기로 부모님 바람대로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길 기도하겠다"고 밝게 웃었다.

회사에서 뉴스 생중계를 시청했던 최모(28)씨도 "주위에서 곧 통일될 것이라고 말하면 믿지 않았는데, 이번 회담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실감이 난다"며 "북미정상회담 합의문들이 계속해 잘 지켜지기를 기원한다"고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

학생들과 함께 회담을 시청했다는 교사 이모(30)씨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첫 발자취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천군에 사는 박준혁(41)씨는 "불신과 대립의 정점에서 비핵화를 위한 합의문 사인에 들어선 것도 대단한 진보"라며 "회담의 내용이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에 미칠 영향력이 크기에 이 회담을 발판 삼아 남·북한 두 나라의 번영과 성장을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민통선 통일촌 등 접경지역 주민 및 관광객들도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통일촌 내 노인정에는 아침 일찍부터 어르신들이 모여 TV에 눈과 귀를 모은 채 통일을 위한 첫 걸음에 저마다 한마디씩 염원을 쏟아냈다.

한 어르신은 "매일 매일 총과 칼을 겨누던 분단의 상징이 이제 평화와 화합, 새 시대를 여는 세계의 주역이 되는 곳으로 바뀌게 돼 기쁘다"며 "이번 세기의 이벤트가 단편소설이 아닌 영원이 이어지는 장편소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단콩 축제에 출하할 콩을 파종하던 이완배(65) 군내주민자치위원장은 "동토의 땅으로 불리던 북한의 빗장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 느낌"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더 이상 남과 북이 대립이 아닌 형제와 이웃의 사이로 발전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비무장지대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 주민들도 남북 평화의 시계가 속도를 내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동구(50) 대성동 이장은 "어르신들이 TV에 모여 하루빨리 통일이 되길 염원하면서 돌아가시기 전에 북한 땅을 밟기를 소망한다"며 마을 주민들의 표정을 전했다.

임진각을 찾은 유영환(88)옹은 "북에 두고 온 동생을 죽기 전에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잠을 못잤다"며 "이제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시민사회단체 및 행정당국 "평화정착 위한 첫걸음"

시민사회단체도 공동합의문에 대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싱가포르에서 분 훈풍에 대해 경기도는 대북사업 재개 등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권순신 경기도남북교류협력팀장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UN 제재 등 국제 사회의 동조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회담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면 지난 9년간 단절됐던 경기도 추진 대북 사업들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는 말라리아 공동방역, 결핵 환자 치료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은 물론 농촌·양돈장 현대화 사업, 개풍 양묘장 조성 사업 등 농·림·축산 대북 협력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이번에는 과거의 인도적 지원에 치우치기보다 북한의 변화에 발맞춰 태양광 발전 시설과 같은 지속 가능 사업에 치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70년 동안 적대, 주적 관계였던 두 나라의 화해가 시작되는 자리"라며 "역사적 첫 걸음을 뗀 것과 그 의지를 서로 확인한 부분에 대해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도 논평을 통해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내딛게 됐다"고 환영했다.

경실련은 "북미관계 회복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뤘지만 구체적 합의 내용이 빠지면서 추가 회담이 중요하게 됐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어 교류·협력을 시작하고 북한은 약속한대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훈·김은섭·김장선·김홍민 기자 kj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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