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친구들까지 안전하게 지키고 싶어요"
2015년 부터 교통지도 봉사활동

초록불 종료 전 무리한 횡단막아

'속도계·표지판' 설치 노력 결실

"봉사는 귀찮은걸 떠나 누군가를 위한 일이잖아요. 그렇기에 단순히 내 아이만 잘 지키는 게 아닌 내 아이의 친구들도 안전하게 지키고 싶습니다."

초등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학교로 향하는 녹색어머니연합. 자발적인 봉사로 우리 동네 '수호천사'라 불리는 수많은 녹색어머니들 중 김윤정(41) 인천녹색어머니연합회 회장의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

2015년 처음으로 녹색어머니에 가입한 그는 교통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녹색어머니의 모습에 반해 활동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녹색어머니 3년차를 맞은 지난해에 중부녹색어머니연합회 회장직에 이어 올해는 인천녹색어머니연합회 회장이란 무거운 직책까지 맡게 됐다. 그는 "목소리가 커서 회장 자리에 오른 것 같다"며 너스레 떨었지만, "녹색어머니는 인천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인천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재 4학년 아들이 다니는 서림초에서 교통안전 지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 업무는 3일에 한번 씩 아침 8시10분부터 40분까지 학교 근처 횡단보도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것이다. 하루에 5명의 녹색어머니가 등굣길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며 현재 160여명의 학부모가 돌아가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회장직을 맡으며 녹색어머니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녹색어머니회 제복인 셔츠와 넥타이를 직접 빨아서 제공한다. 옷은 곧 힘이자 소속감을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 아침마다 제복을 입은 녹색어머니 회원들이 교통지도를 할 때면, '경찰이다', '너희 엄마 멋있다' 등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고 한다. 김 회장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하나도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힘을 얻는다"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다이어트 효과까지 보고 있어 일석이조"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초등학생의 안전을 위해 녹색어머니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등학생들은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생기면 앞뒤 안 가리고 뛰거나, 3~5초가 남아도 그냥 건너는 등 안전 의식이 비교적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돼 있고, 그 중 가장 위험한 건 초록불이 꺼지기 5초 전"이라며 "녹색어머니가 지도를 한다면 아이들이 뛰거나 무리해서 건너는 일을 사전에 막고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중부경찰서에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 설치를 건의한 녹색어머니회의 노력 덕에 지난 달 서림초 앞 새천년로에 어린이보호 표지판이 설치됐다. 또한 지난 5월엔 학교 정문 앞에 속도계가 생기기도 했다. 이 역시 김 회장을 비롯한 녹색어머니들이 학생 안전을 위해 노력한 결실이다.

이처럼 안전을 위해 녹색어머니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녹색어머니에 대한 인식과 참여는 녹록지 않다. 이에 김 회장은 녹색어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녹색어머니회에 대한 인식이 지겹고 귀찮은 일이 아닌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봉사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시간도 안가고 의미도 사라집니다. 녹색어머니는 그 누구도 아닌 아이를 위한 일이잖아요.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를 위해서라도 재밌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한다면 재밌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글·사진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