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도의원과 제9대 하반기 경기도의회 의장을 지낸 정기열 의장. 그가 다시 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돌아갔다. 맡은 직책은 과장이다. 도의원이 되기 전에 맡았던 직책을 그대로 승계했다. 지역사회의 반응이 예상 외로 뜨겁다. '저런 사람이 시장이 돼야한다거나 국회의원이 돼야 마땅하다'는 말들이 시중을 떠돌며 압도한다. 때로는 정치인으로서 그를 '조금 부족하다'고 평가했던 사람들의 반응도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정치를 시작할 때의 약속을 지키려 했다'는 한 정치인의 고백과 '약속을 지켜가는 모습'에 호응하는 사람들의 이상 반응에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그간의 불신과 목마름이 엿보인다. 우리사회에서 정치가 언제 '특권 아닌 봉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선거에서 당락만큼 충격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사건도 드물다고 한다. 흔한 말로 정치인의 당락은 천당과 지옥에 비유되기도 한다. 당선은 수많은 특권과 편의를 제공하고 명예가 따르지만 낙선하면 즉시 고달픈 삶이 기다린다.

낙선한 정치인을 일컬어 '낭인'이라 부르는 이유다. 대개는 절치부심, 4년 후의 권토중래를 꿈꾸며 삶을 이어갈 관변의 어떤 자리라도 하나 얻으려 기웃거리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공기업에 자리를 마련하는 낙선 정치인은 많다. 교수출신 정치인들이 대학으로 돌아가는 일도 흔한 일이다. 그러나 노동자 출신의 정치인이 노동현장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간혹 대기업 임원출신이 낙향해 시골마을 이장이 되었다는 뉴스를 듣기는 했어도 정치인이 그랬다는 소식은 없었다.

이런 풍토가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돌아간 전직 도의회 의장'이야기를 이렇게 따듯한 선물이 되도록 만든 배경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면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도, 정치인이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도 결국 별 게 아닐 수도 있다. 공약이란 이름으로 큰 혜택을 주기보다 저 하나 정의롭고 반듯하기를, 특권 좀 내려놓고 겸손하기를 바라는 진짜 민심과 직면해 보려는 정치인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단순히 자기 자리로 돌아간 전직 도의장 이야기가 시민들에게는 이렇게 큰 선물이다. 제 2, 제 3의 정기열이 많이 나와 뉴스조차 되지 않는 날이 어서 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