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들의 희망될 것" … 정치 약속 지키려고 전직 '자동차 카마스터' 복귀
▲ 9대 도의회 하반기 의장이었던 정기열 전 의장이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정 전 의장은 "제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의장 시절에는 도민을 위해, 현재는 자동차 판매왕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옛 영광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시작,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경기도의원 3선, 9대 도의회 하반기 의장을 지내며 이번 6·13 지방선거 압승에 기여한 인물. 그러면서도 아무런 출사표도 던지지 않고, 다시 전직 자동차 카마스터(영업사원)으로 돌아간 이의 각오다.

주인공은 정기열 전 도의회 의장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퇴임 후 지난 2일부터 자동차 카마스터(영업사원)으로 새출발했다.

결정도 쉽지 않았다. 평소 "정치인이 아닌 직장인으로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자동차를 팔면서 꿈을 이뤄 가려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거라고 한다. 정치인은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신념에, 그대로 이행했다.

정 전 의장의 명함에는 여느 영업사원과 마찬가지로 영업과장이란 직함이 써 있다. 도의원 전에 가진 직함을 유지했다. 자동차 영업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8년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기 전까지 10년 간 현대차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다. 그때 직함이 과장이다. 일부 지인들 사이에서 도의회 의장까지 했는데 부장은 달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솔깃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제가 정치를 하게 된 이유인 '평범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되겠다'와 어긋난 일이다. 10년을 쉬었는데 그때보다 더 높은 직함을 달 수는 없었다. 그동안 한자리에 묵묵히 일한 사람의 희망을 짓밟는 거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이석현 국회의원 등과 인연을 맺고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08년 6·4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되겠다'는 슬로건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은 어색하다. 호칭도 헷갈린다고 했다. 어떤 이는 '과장'을, 또 다른 이는 '의장'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의장과장'일 정도다.

주변사람도 이럴진데 정 전 의장 스스로도 아직 적응이 안된다. 몸은 소시민에 있는데 머리는 아직도 의장에 맴돌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정치인 '물'이 하루라도 빠지길 원해 연습 중이다. 그래야 새로운 인생을 즐기며 살수 있다고 했다.

"정치인일 때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인 반면 카마스터는 고객을 직접 찾아가야 되고, 부탁을 해야 하는 쪽이다. 이 차이가 컸다. 한동안은 괴리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예전에 일할 때는 모든 게 수기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전산 방식이다. 복귀후 2주 동안은 시스템만 배웠다. 이처럼 다시 시작 중이다."

그의 목표는 판매왕이다. 지금 일에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도 있다고 믿는다.

"아마 의장직을 맡으면서 공식적인 접견만 430회나 했을 거다. 그 정도면 거의 매일 만난 셈이다. 마찬가지로 카마스터로서 역할에 충실하면서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보름동안 차량 4대를 판매했지만 실적이 저조해 걱정이 많다. 막상 현장에 부딪혀 보니 쉽지 않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은 현재에 충실할 생각이다. 직장인으로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자동차를 팔면서 자신의 꿈을 축적하고 있다.

이처럼 도내 의전서열 2위라는 옷을 벗어버리고 소시민으로 복귀한 그에게 호평이 이어졌다.

지역정가는 그가 '정치인들이 배워야할 표상', '약속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인', '멋진 의식·멋진 행동·멋진 철학'을 보여줬다며 더 큰 정치인이 되길 희망했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처럼 정치인의 삶이든, 영업사원의 삶이든 중요한 게 아니다"며 "어느 자리든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도 "차 살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최상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고 말한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