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북극서점' 사장·독립출판 작가
책이 좋아 13년 교사직 관둬
"색다른 가치 찾는 통로되길"
▲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북극서점' 운영자 순 사장이 자신의 책을 펼쳐보고 있다.
"창작한다는 건 삶의 의미를 찾는 거잖아요. 바쁜 일상의 자투리 시간을 쪼개가며 삶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독립출판 작가들을 보면 애정이 가요."

인천 부평구에서 '북극서점'을 운영하는 그는 '순 사장'이라고 불린다. 태어나며 얻은 이름 석자보다 '천천히 항해하면서 세상을 구경하자'는 의미의 별칭을 사랑하는 탓이다. 그는 북극서점에서 순 사장으로, 독립출판물과 음반을 낼 때면 '슬로보트'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2016년 12월 문을 연 북극서점은 순 사장의 빈티지 취향이 스며든 작은 책방이다. 5평 남짓한 공간을 꽉 채우는 책장에는 일상의 소소함이나 소수자, 괴짜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이 가득하다.

순 사장은 원래 평범한 교사였다. 13년을 선생님으로 살아왔지만, 2016년 3월 틀에 갇힌 일상을 견딜 수 없었던 시기가 다가왔다. 그는 자유를 꿈꿨고 스스로 결정하며 매 순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책에서 위로와 가르침을 얻었고 책과 함께하는 순간이 좋았다. 그렇게 학교가 아닌 책방을 택했다.

그는 "인생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학교 밖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목표도 생긴다"고 말했다.

순 사장은 때론 창작자로 살아간다. 음반과 책을 만든다. 2016년 사진과 단편소설이 담긴 독립출판물 '섬광'과 포크 음반 '슬로보트 1집'을 냈다. 작년엔 9년 간의 일기를 담은 '각자의 해변'을 발간했다. 그의 취향대로 평범한 일상에서 나오는 따뜻함을 담았다.

가끔은 교사 경험을 살려 학교와 도서관에서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요즘은 현직 교사와 함께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쟁과 과로에 찌든 '피로사회'로 불린다. 그런데도 순 사장처럼 독립출판물을 내거나 다루는 이들은 점차 늘고 있다. 사회가 강요하는 획일적 가치를 좇기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었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순 사장은 "창작은 스스로를 다듬는 과정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특유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건 굉장히 좋은 변화다"라고 했다.

북극서점은 앞으로 어떤 곳으로 남을까. 순 사장은 '색다른 공간'으로 자리하길 바랬다. 해리포터는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에 위치한 '9와 3/4 승강장'을 통과한 순간, 문 앞에 펼쳐진 마법의 세계를 만났다. 그는 서점 문을 열었을 때 그렇게 색다른 가치를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색다른 책방을 넘어 색다른 인천도 꿈꿨다.

"독일 베를린에 타헬레스라는 곳이 있어요.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하는 아틀리에, 공연 홀, 카페가 있는 곳이죠. 날것 그대로의 문화예술을 담아내는 곳입니다. 인천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 북극서점을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글·사진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