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 여주 오가던 협궤열차, 유일하게 철도 원형 보존되다 2015년 이천 택지개발에 철거
현재 안내시설조차 남지 않아
▲ 일제 강점기 시절에 여주 지역의 쌀을 수탈하려는 목적으로 부설됐고,해방 이후에는 지역민들의 중요한 교통 수단이 됐던 수려선(水驪線·수원-여주)의 정차역인 이천 '오천역'이 대규모 택지개발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사진은 택지개발로 사라진 오천역 부지(점선).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택지개발로 사라진 오천역사.
"마지막 남은 협궤열차, 수려선이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간직한 수려선(水驪線)의 마지막 남은 사적(史蹟)인 이천 '오천역'이 대규모 택지개발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8일 이천문화원과 마을주민 등에 따르면 수려선의 정차역 중 하나인 오천역은 협궤 철도의 원형을 보존한 유일한 곳이었다.

수려선은 1931년 일제가 식량 수탈을 목적으로 만든 철도로, 수원~용인~이천~여주(총 73.4㎞) 구간을 이었다.

궤도 간격이 표준궤도(1435㎜)보다 좁아 협궤(762㎜)열차 혹은 꼬마기차라 불리기도 했다.

수려선은 슬픈 과거를 조명해주는 동시에 지역주민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였다. 해방 이후 지역 주민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통학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먹고살기 위한 일터이자 없어서는 안될 생존 수단이었다.

수려선은 대체 교통수단 발달로 72년 4월1일 운행을 끝으로 폐선됐다. 이후 철길과, 역사건물이 철거되는 등 흔적이 사라져갔다.

오천역 또한 철거 위기를 맞았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보존되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오천역은 협궤 철도의 원형을 보존한 유일한 곳으로 남았었다.

그러던 중 2013년 이천 마장택지개발지구 안에 포함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철도 동호인 사이에서 '수려선 오천역 보존'운동이 일었지만 2015년 끝내 철거됐다.

현재 이곳은 상가 건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 수려선의 역사를 되새길 안내시설 조차 남아있지 않다.

지역 주민들은 이천시의 보존 의지만 있었다면 역사 철거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오천리 한 주민은 "일제의 아픔과 어릴 적 추억이 함께 깃든 장소가 사라져 마음 아프다"며 "역사 내에 이정표 등 과거 정겨웠던 손때 묻은 물품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오천역은 민간소유이기 때문에 철거해도 시가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오천역 보존과 관련해 협의 등 공식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