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 부담 배기장치 끄고 약속한 용량보다 많이 배출
인천에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는 최소 1600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은 운영비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배기장치를 작동하지 않아 오염물질 저감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2017년 인천지역에서는 총 2687건의 악취민원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서구가 1595건(59.4%)으로 가장 많았다. 악취가 가장 많이 발생한 서구의 경우 인천에서 유해화학물질 사업장이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취급량 또한 많아 서구에 사는 시민들은 매년 악취로 고통받고 있다. 이에 시는 검단일반산업단지 등 서구에만 2786만7119㎡ 규모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래픽>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는 악취부터 대기질 개선을 위해 대기 정화 시설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소배기장치와 스크러버(배기가스 정화장치)를 설치해 공기질을 기준치 이내로 정화해 내보내야 한다. 또 오폐수도 적법하게 처리한 후 방류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전기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스크러버를 일시적으로 가동하거나 인·허가 받은 용량보다 더 많은 오염 물질을 뿜어내기도 한다. 지난 5월 남동산단 내 한 도금업체에서 23세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도 국소배기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 도금업체 관계자는 "영세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설비를 교체할 정도로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며 "오염 물질이 담긴 공기가 대기로 그대로 흘러 나가거나 일부 오폐수도 처리되지 않고 새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동산단의 한 업체는 메탄올을 대형 세척조에 넣고, 금형을 반복적으로 담그는 작업을 하면서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적발됐다. 인천시 특별사법경찰은 2016년 2월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는 남동구의 한 하청 업체에서 메탄올 중독으로 근로자 1명이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같은 해 5월부터 1개월 동안 메탄올 취급업체를 대상으로 특별 수사를 벌였다.

부실한 관리로 인한 피해는 근로자 뿐 아니라 시민에게 돌아간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소규모 업체에서 환기 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낙후된 시설을 사용하면 인체에 정화되지 않은 유독물질이 사람 몸에 들어가 기관지에 손상을 주는 등 호흡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유해성 대기 오염 물질 같은 경우 노출 됐을 때, 가벼운 감기부터 호흡기와 심혈관 문제, 혹은 암까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위험과 범위는 다양하다"고 말했다.

/정회진·임태환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