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사 "계약 관계서 비롯된 문제 제기 했는데 넘어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이 거액의 사업을 발주한 이후, 대금지급 지연 등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회사들이 건기연에 책임을 물으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일보 7월17일자 1면>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건기연은 지난해 SOC실증연구센터 '도로 기상·야간환경 재현 실험설비 제작' 사업에서 원도급사 D㈜로부터 하도 계약 관계를 보고받지 못했다. 이 사업 규모는 약 36억원이다. 

건기연은 결국 하도를 받은 ㈜S, 재하도를 받은 ㈜M사가 지난 3월 분쟁해결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되면서부터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이미 회사 간 분쟁이 커질 대로 커져 계약해지까지 벌어진 뒤였다. 

이를 두고 S사와 M사는 정부기관이 하도 계약 과정에서 나온 문제에도 뒷짐만 지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건기연이 사전에 충분히 문제를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해결에 나서지 않았고, 결국 멀쩡한 중소기업이 파산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이들 회사의 말이다.

결과적으로 건기연은 적극적인 중재는 하지 못했다. 법조계 자문 등에서 이 계약 문제의 경우, 발주처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양심에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진정서를 내고, "건기연이 계약에 대한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고, 사업 담당자들이 대금 요청 등에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M사 관계자는 "사업 추진 초기부터 건기연이 분쟁 상황을 알 수 있는 정황이 많았다"며 "심지어 계약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를 제기했는데, 모른 채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도움을 요청한 것은 발주처가 중재라도 한다면, 계약관계상 분쟁이 일정 부분 해소될 수도 있다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다"며 "회사 간 잘잘못을 떠나 사업에서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고, 도와달라는 목소리가 있으면 도덕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건기연 관계자는 "직원 개인들이 다툼이 있다는 얘기를 접하고 나서 원만한 합의를 위해 중재에 나선 바 있다"며 "하지만 소송제기 등 회사들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