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난해 사업 발주 … '복잡한 계약' 구조형성
계약 해지에 한 중소기업 "문 닫을 판" 소송 돌입 … 건기연 "관여시 월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추진한 사업에서 대금지급 지연 등 어려움을 호소하던 한 중소기업이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16일 오전 해당 중소기업 공장에서 관계자가 납품되지 못해 방치된 자재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이 추진한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이 대금지급 지연, 계약해지 등으로 분쟁이 붙어 소란스럽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건기연은 지난해 초 연천군 SOC실증연구센터에 '도로 기상·야간환경 재현 실험설비 제작'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건기연은 그해 6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 공고를 냈고, 입찰 결과 D㈜사가 약 36억원에 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원도급격인 D사가 경기도 소재 ㈜S사와 계약했고, S사는 ㈜M사와 또 계약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사업 핵심인 강우·강설·안개 재현 및 융설제 성능평가 장치, 다기능 도로조명 장치를 제작할 수 있는 기계부문 회사는 M사가 유일했다. 

D사는 수질환경시스템, S사는 보안솔루션이 전문이다. 계약에서 기계부문을 맡은 M사의 계약금은 22억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60%가 넘는다.

문제는 사업이 본격 착수되자마자 불거지기 시작했다. 공사비 비중이 큰데 반해 D사로부터 대금지급이 늦어지면서 계약사 간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S사는 지난해 9~12월 3개월 간 M사의 자재 구입을 명목으로 D사에 수차례 대금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D사는 이를 거부했다. 이보다 앞서 D사는 건기연으로부터 선급금 등 약 22억원을 받았다. 준공을 약속한 기일이 다가오자 다급해진 M사는 결국 해를 넘긴 지난 1월부터 은행과 사모펀드를 통해 약 5억원을 대출받았고, 자재구입비와 인건비 등으로 썼다.

그러던 지난 3월, 준공 한 달을 앞두고 S와 M사 모두 D사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자재 중 하나인 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 규격에 하자가 있고, 공정이 늦었다는 사유였다.

M사는 계약해지 시점이 90% 이상 공정률을 보였고, 배관에 하자도 없다며 결정철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M사는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인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의뢰한 시험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과도 받은 상태다.

결국 M사는 계약금 등 약 10억원을 못 받았고, 억대의 채무만 남게 돼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D사는 M사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3곳 회사 모두 소송전에 돌입한 상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행위 신고'에 따른 조사를 하고 있다. 

M사 관계자는 "국가기관 사업에서 불공정한 행위가 대놓고 벌어졌다"며 "대출과 자재공급업체 잔금 등으로 자금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D사 관계자는 "충분히 문제를 설명했음에도 M사와 S사가 따르지 않으면서 계약해지까지 이르렀고, 오히려 피해는 우리 회사가 봤다"며 "M사 주장 공정률은 터무니없다. 전부 억지다"라고 반박했다. 

건기연은 이런 내용을 담은 회사들의 투서가 접수되면서 상황을 파악했지만, 발주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기연 관계자는 "전문기관 자문결과, 계약상대자와 하수급인과의 당사자 간 사적인 관계에서 발주기관이 관여할 수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