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수청, 사용허가 시 '회복비용 예치금' 받을 수 있으나
20여년간 소유했던 현대상선에 한번도 요구 안해
폐업하거나 행정명령 불복 땐 국가가 비용 떠안아
▲ 인천 중구 항동7가 104-3번지 인근 공유수면에 설치된 길이 300m 안벽의 상부 모습. 오랜 기간 안벽을 방치해온 현대상선은 최근 이 시설을 D사 등 4개 업체에 넘겼다.
선박 접안시설 등 공유수면 내 인공 구조물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을 담보할 수 있는 '예치금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오랜 기간 항만시설을 방치했던 현대상선은 해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갱신하면서 단 한 번도 예치금 납부를 요구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6일 인천해수청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달 인천 중구 항동7가 104-3번지 인근 공유수면에 설치된 길이 300m의 안벽시설을 D사 등 4개 업체에 넘겼다.
D사 등 4개 업체는 6월31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1년간 안벽을 선박 접안 목적으로 쓰겠다고 했고, 인천해수청은 이들 업체 간 권리·의무 이전을 허가했다.

안벽은 인천해수청 관할 공유수면에 설치돼 있다. 이에 4개 업체는 연간 5000만원의 공유수면 사용료를 인천해수청에 내기로 했다.
당초 이 시설은 현대상선이 장기간 방치하면서 인천해수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인천일보 7월11·12일자 1면>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원래는 현대상선이 철거해야 할 시설물이었다. D사 등 4개 업체가 이런 점을 감안하고 시설과 함께 모든 책임을 넘겨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벽을 인수한 업체들이 시설을 사용하지 않는 등 이유로 원상복구 명령을 받게 된다면, 50억원 이상의 철거비용을 들여 시설을 제거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폐업을 하거나, 행정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원상복구를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사실이다. 원상복구에 따른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국가에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법상 공유수면관리청이 원상복구 비용을 예치하도록 요구할 수 있음에도 예치금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21조(원상회복 등)는 공유수면관리청이 원상회복 의무·명령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예치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예치금 규모가 실제 원상복구 비용에 걸맞은 수준이기 때문에 공유수면 내 시설물 사용자가 문을 닫더라도 예치금으로 원상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해수청은 20여년간 항만시설을 소유했던 현대상선에 한 번도 예치금을 요구하지 않았다. 현대상선에서 D사 등 4개 업체로 안벽 사용의 권리·의무 이전을 허가했을 때도 예치금 제도를 활용하지 못했다.

예치금 제도가 재량권 범위에 있다 보니 인천해수청 등 공유수면관리청이 예치금 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지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제주도에선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시 원상회복 비용 예치금 납부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공유수면의 난개발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개발로 인한 피해를 원상회복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예치금 제도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내년에 D사 등 4개 업체와 시설물 사용 허가 등을 협의할 때 원상회복 비용을 예치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