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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주년] 힙한 청년 아지트로 오라, 그대는 누릴 시절에 있다

수원청년바람지대, 2030 직접 고안한 취업·문화·복지 정책 만들어 호응

2018년 07월 13일 00:05 금요일
▲ 김현광 수원시 청년정책관.
"청년이 고민하고, 준비하는 정책. 수원 말고 다른데도 있나요?" '관 주도'가 아닌 청년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정책. 수원시의 차별화 된 청년정책이 청년들의 큰 호응을 얻는 이유다.

시가 2016년에 만든 '청년바람지대(청바지)'는 청년 활동 공간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월 2000여명의 청년들이 방문한다. 청바지에선 정기적인 네트워크 정기모임부터 심리상담의 일환인 '수원 큐어', 전문가를 초빙해 진행하는 '인문학 수업'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다.

단순히 청년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경제적 능력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닌, 사소하지만 고된 일상에 치여 놓칠 수 있는 문화·복지·소통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 직접 고안한 것이라는 것. 이외에도 '코워킹', '공방', '일자리 정보', '창업 준비', '정장 대여' 등 알찬 프로그램이 많다.

청년들이 이곳을 찾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열에 아홉은 현실적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는 행정적인 부분이 아니면 청년들의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년들이 목표를 정하고, 한 걸음 한 걸음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수원시 청년정책관' 직원들은 매달 금요일에 진행되는 수원청년 네트워크 정기모임에 참여해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들은 곧 정책으로 탄생한다.

25살,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청춘. 나의 이야기. 같은 또래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싶어 SNS를 뒤적이다 '청년바람지대(청바지)'를 알게 됐다. 지난달 26~29일 동안 행궁근처 골목길에 위치한 그곳을 찾아 다양한 청년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글을 통해 소개해본다.


▲"당신의 고민을 말해 주세요."

장마철인 지난달 26일, '수원큐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회사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청바지를 방문했다. 수원큐어는 또래와의 소통을 통해 손상된 마음을 회복시키는 일종의 심리상담이다.

청바지 '모여모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8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고민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 찾아왔다. 프로그램 시작 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빵부터 과일까지 각자 싸온 음식을 다 같이 나눠 먹으며,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기자님은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에요?" 옆에 앉은 강형묵(25)씨가 물었다. 모든 것이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가장 큰 고민'을 이야기 하라는 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다. 깊은 고민 끝에 "기사를 어떻게 하면 잘 쓸지가 고민이에요"라고 답했다.

거꾸로 그에게 어떤 고민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저는 지금 근처 장애학교에 공익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데, 제대 이후가 걱정이에요"라고 말했다. 이후 한 2시간 동안 마찬가지로 서로 '일상적 대화'가 오갔다. 어찌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대화에 청년 대부분이 두 번, 세 번 재차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취업난'에 치여도, '어두운 미래'가 불안해도, 단시간이라도 힘든 마음을 꺼내 보일 수 없는 게 우리 사회 청년들이기 때문 아닐까.


▲"여행의 경험, 같이 나눠요."

지난달 28일엔 여행에세이 특강이 있었다. 이 특강은 참여자가 가장 많은 프로그램이다.

15명이 테이블에 빙 둘러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자신이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털어놨다. 프로그램의 첫 느낌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현실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한 여름밤의 꿈'을 선사해주는 것 같았다.

옆에서 같이 특강을 듣던 김지선(28)씨에게 수업에 대해 묻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들으러 왔다"며 "다른 사람들과 여행 이야기를 공유하면 당시에 있었던 일이 생각도 나고, 여행 느낌이 들어 계속 오게 된다"고 말했다.

강의 끝에 30여분 진행되는 질의응답 시간. '글 쓸 때 제목을 정하는게 너무 어려워요', '어떤 이야기를 써야 될지 모르겠어요' 등 청년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문득 이 강의를 들은 청년들이 어떤 책을 만들지 궁금했다. 혹시나 이들 중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나는 청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생겼다.


▲"1070세대, 같이 공감해요."

29일, '세대공감, 교련종전'을 주제로 하는 수원청년 네트워크에 참여했다. 행사 시작 시간은 저녁 7시. 허기진 시간이어서 그런지 백설기부터 음료까지 간단한 다과가 준비돼 있었다.

이 날 주제는 세대공감. 청년뿐 아니라 18~78세까지 폭 넒은 연령층이 참여했다. 기자가 속한 조에는 최고령자인 강문구(78)씨와 청바지에서 정장대여를 맡고 있는 박상업(28)씨, 이원구(51) 시 청년정책관 청년정책 팀장으로 구성됐다. 삼삼오오모인 이들은 각 세대를 공감하기 위해 말을 주고받았다. 전성기부터 힘든 시절까지, 우리네 삶을 얘기했다.

나는 조에서 가장 어린 나이었기 때문에 먼 훗날 내가 20대 후반, 50대, 70대가 됐을 때 '이들이 해 준 이야기를 토대로 어려움을 헤쳐나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대는 20대, 20대는 30대 간 말을 나누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대화는 거꾸로 70대에서 60대로, 60대에서 50대로 내려왔다. 높게 느껴졌던 세대 간 벽이 '공감' 하나로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김현광 수원시 청년정책관 "청년들 열정 뿜어낼 기회 만드는 것뿐"

"청년은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열정을 뿜어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뿐이다."

김현광 수원시 청년정책관은 12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청년정책은 대상자인 청년을 위해서는 관주도로 진행되면 안 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저 시는 한 발짝 물러서서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고, 그들이 하는 일을 지켜봐야 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현재 사회가 꿈을 키우기에는 환경이 열악하고, 이 상황을 청년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힘들다"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원시는 청카드, 청나래와 같은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

김 과장은 "정책을 만들 때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입장을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금요일에 50여명이 모이는 청년 네트워크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며, 청년정책위원들이 제안하는 것들도 참고한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며,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자 목표였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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