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16. 가무락
7월은 조개가 가장 맛이 없는 시기다. 바지락, 동죽, 꼬막, 홍합 등은 모두 산란을 마친 후여서 살이 다 빠져서 맛이 없다. 하지만 가무락은 산란기(7월)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와 있어 지금 가장 맛이 좋을 때이다.

조개껍데기가 검다고 해서 붙여진 '가무락'은 모시처럼 곱다는 뜻의 '모시조개'로 더 널리 쓰이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강화·장흥·보성·고흥·부안·김제·경기지역에서는 '모시조개', 인천·영광·함평에서는 '까무락'으로 불린다.

인천, 군산에서는 '까막조개', 장흥·보성·고성에서는 '백대롱 혹은 흑대롱'이라 한다. 이외에 군산에서는 '대동'이라고도 부르며 고창에서는 '다령', 보령·서천·홍성에서는 '검정조개', 서천에서는 '대롱', 서산·태안에서는 '까막', 영덕지역에서는 '깜바구라' 등 다양한 방언으로 불려지고 있다.

가무락은 백합목 백합과에 속하는 종으로서 일본, 대만, 중국, 우리나라의 남해와 서해안에 분포하며 진흙 갯벌 조간대에서부터 수심 10m 전후의 조하대까지 서식한다. 모양은 전체적으로 둥글고 두꺼운 패각의 색깔은 살고 있는 저질의 색깔에 따라 검은색에서부터 짙거나 옅은 황갈색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다양하다.

패각의 안쪽 면은 흰색이고 앞쪽에 세 개의 돌기가 있다. 물의 흐름이 완만한 내만이나 연안 근처에 있는 좁은 해역, 갯벌에 비교적 얕게 잠입해서 살고 있는 중요한 수산자원이며 물속의 플랑크톤이나 유기물을 걸러 먹는 부유물 여과섭식자이다.

우리나라의 주 생산지는 인천, 경기, 충남, 전북지역이며, 산란기는 7월에서 8월이고, 성장 속도는 느려서 부화 후 4년이 경과해야 채취할 수 있다.

1803년 우해(현 마산 진동면)로 유배온 김려는 2년에 걸쳐 쓴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 '우해이어보'에서 가무락으로 끓인 단오절식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의 풍속을 보면 단옷날에 새 모시조개(가무락)를 사서 껍데기째 끓여 탕을 만드는데, 이를 와각탕(瓦殼湯)이라고 한다. 와각이라는 것은 조개의 방언으로, 소리가 와각와각하므로 그렇게 붙인 것이다. 여자 아이들이 오색 비단 조각에 그 껍데기를 붙여 실 끈으로 꿰매어 5개나 3개를 한 줄에 차고 다니는데 이를 조개부전(雕介附鈿)이라고 한다. 포구의 여자들도 비단에 껍데기를 붙여서 차고 다닌다. 그러나 조개가 크고 비단이 거칠어 무조건 따라하는 효빈과 같으니 우스운 일이다."

동의보감 속 가무락은 간이 건강하지 못할 때 간장제로 사용한다고 기록 돼 있으며, 한의학에서는 성질이 차고 단맛이 나며 오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데 도움을 주고, 간의 기를 보호하고 해독 작용에 탁월하다고 한다.

가무락의 '타우린' 성분은 체내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 간에서 콜레스테롤 축적을 방지하기 위해서 담즙이 분비되는데, 지속적으로 담즙이 생성되면 간에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때 가무락의 타우린 성분이 담즙 분비를 촉진해 간의 역할에 도움을 준다. 이밖에도 가무락은 안구 건조증과 비문증 개선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호박산이 많아 국물이 잘 우러나고, 비타민과 아미노산 등이 풍부하여 소화 흡수가 잘된다. 단단한 껍질 속에는 연하고 단맛이 나는 속살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유의 단맛이 있는데, 이런 단맛은 당질의 일종인 글리코겐과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리신 때문이다. 반면에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5% 이하로 낮아서 다이어트에는 좋은 식재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찜, 탕, 구이, 미역국, 짬뽕 등 많은 요리에서 가무락을 이용한다. 서양에서도 코스요리의 에피타이저 재료로 쓰기도 하고, 부야베스, 클램차우더 등 다양한 요리에 등장하는데,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요리로는 봉골레 파스타(vongole pasta)를 꼽을 수 있겠다.

봉골레(vongole)는 가무락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이다. 이 봉골레를 이용한 봉골레 파스타는 해산물이 풍부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어부들이 즐겨먹던 요리인데 높지 않은 칼로리와 담백한 맛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사랑 받는 요리이기도 하다.

최민철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