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마을만들기 상징
올 초 '흔들' … 급격 부식
가치와 안전 두토끼 고심
원상복원 낮아 철거 무게
▲ 11일 수원시 장안구 조원시장 내 설치된 초대형 타일 벽화가 비, 바람 등의 영향으로 일부 타일이 떨어지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수원시 '주민 공동체'와 '마을 만들기' 역사의 흔적을 갖고 있는 대표적 조형물인 초대형 벽화가 안전성 문제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1일 시 등에 따르면 장안구 조원시장 내 3층 건물에 붙어있는 높이 약 8m 벽화가 건립 이후 급격히 부식되면서 철거가 거론되고 있다.

벽화는 2012년 마을 주민과 아이 600여명이 수개월간 작업해 만들었다.

주민들의 손으로 새로 탄생하는 마을, '마을 르네상스 사업'이 수원에서 본격화된 시기다.

주민과 아이들은 소망을 담아 타일에 그림을 그렸고, 이렇게 완성된 작품이 무려 1400여장으로 건물 외벽에 다닥다닥 붙여졌다.

인물부터 풍경, 캐릭터 등 다양한 그림부터 벽화 정중앙에 두 손으로 붉은 대추알 여러 개를 들어 올린 모습이 그려졌다.

대추는 마을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했던 주민들의 마음이었다.

조원동은 대추나무 숲속에 그림같이 들어선 마을이라고 해 붙여진 지명이다.

옛 부터 '대추골'로도 불리곤 했다.

벽화는 이후 수원 마을 만들기 등 역사의 상징으로 꼽혔다.

특이한 형태에다 참여 주민 규모, 크기도 상당해 눈으로 보려는 방문객들도 꾸준히 찾아왔다.

그러나 올 1월 들어 벽화 중 일부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최근까지 총 100여장의 벽화가 떨어져 나갔다.

접착력이 약해진 벽화는 계속 나오고 있다.

벽화가 지상으로 떨어질 때 지나가는 행인이 있으면 다칠 위험도 상존한다.

시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벽화를 살릴 대책을 물색하고 있으나 원상복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점을 비춰 결과적으로 철거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원1동은 앞서 수차례 주민 설명회를 갖고 건축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철거의견이 과반을 차지했다.

'무형의 가치'와 '안전'을 모두 지킬 수 없는지를 놓고 시와 주민 모두 답답한 심정을 보이고 있다.

주민 김모(46·여)씨는 "어르신부터 아이까지 한곳에 모여 그림을 그린 기억이 생생하다"며 "우리 마을을 주민이 바꾸자는 한 마음에서 일어난 움직임을 기록한 작품이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안전과 보이지 않는 무형적 가치도 지키고자 분주히 움직였다"며 "철거를 확정한 상태는 아니나, 아직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