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빠진 도시재생은 개발의 포장일 뿐
▲ 인천 개항장문화지구 거리 풍경./사진제공=인천 중구
▲ 인천 개항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옛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사진제공=인천 중구
▲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인천 남동구 만수2동 만부마을.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 최진용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

오늘날 대다수 시민은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아 도시화와 교외화, 역도시화, 재도시화의 과정을 거치는 단계적 생애주기를 갖는다. 사람들이 모여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순환하는 하나의 시스템인 것이다.

2016년 유엔 헤비타트 Ⅲ가 내건 새로운 도시 의제는 'City for All'. 모두에게 적정하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도시이다. 사회적으로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지속가능하며, 포용적인 도시경제를 보장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말한다. '도시의 지속성과 포용도시'라는 가치는 유엔이 2030년까지 지구촌 전체가 추구해야 할 목표로 내세운 국제적인 합의이다.

이는 현대도시가 지속가능성의 위기와 공동체 붕괴, 세대단절이라는 3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럼, 사회적·경제적·환경적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줄 수 있는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같은 도시문제와 과제를 풀기 위한 고민 끝에 나온 방법 중 하나가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다. 도시재생은 기존 사업방식이 몰고 온 공동체 파괴·장소성 상실 등 반문명적 도시개발 방식에 대한 반성의 산물이기도 하다.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도시정비에서 도시재생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부동산 가치의 상승 부작용과 지역개발 논리를 완전히 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

요즘 도시재생이 '핫(hot)'하다. 문재인 정부가 5년동안 50조를 투입하겠다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 때문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24조를 쏟아부은 4대강 사업보다 2배가 넘는 예산규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내놓았다. 삶의 질 향상과 도시활력회복, 일자리창출, 공동체 회복 및 사회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고 공간의 역사성을 무시한 기존 대규모 정비사업이 갖고 있는 폭력성을 극복하고, 주민체감형 도시재생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정책이다. 여기에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뉴딜(New Deal)이라는 재정정책을 더했다. 8월에 올해 사업지 선정을 앞두고 지자체별로 치열한 물밑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도시재생'이란 2013년 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도시재생사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1년 테스트베드사업부터다. 일본은 2002년 도시재생법을 만들었기에 우리보다 10여년 앞선다.

올해부터 인천에서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인천 남동구 만수2동 만부마을이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과 어린이집, 마을관리소, 전기차 쉐어링 등 주민생활 편의시설 확충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만부마을은 과거 철거민 이주 정착지로 열악한 주거환경과 물리적·사회적 쇠퇴의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다.

#주민이 없는 무늬만 도시재생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기반형과 근린재생형의 도시재생 선도지역과 시범사업, 지방자치단체 자체 사업 들을 통해 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자치단체가 주도한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나 군산 근대문화지구는 버려졌던 아픈 역사와 근대건축물을 재생해서 문화공간이나 관광명소를 탈바꿈한 곳이다. 순천시 행동의 문화의 거리는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은 협력하고 전문가는 지원하는 형태의 주민주도재생 사례로 꼽힌다. 이외에도 민간차원에서 유휴공간이나, 방치된 시설, 낙후 지역에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앵커시설들을 조성하기도 한다.

문제는 재생 과정에서 투기자본이 들어와서 집값만 높여놓고 빠지는가 하면, 임대료 인상으로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정작 그곳에서 사는 주민이 재생과정에 빠져 있는 무늬만 도시재생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방향은 재생이라고 하면서 방식은 여전히 토건개발인 것이다. 그러기에 '콕' 찍어서 성공적이라고 일컬어질 수 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

300만 인천 시민 중 76%가 원도심에 살고 있다. 그런만큼 어느 지역보다 도시재생 사업이 시급한 곳이다. 도시재생에 절대적 해법이나, 정답은 없다. 정부의 공적지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민간의 창의적 콘텐츠를 결합하는 등 인천의 특색에 맞는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기고] 문화가 흐르는 도시재생<1>

최진용 인천문화재단 대표

올해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선거 공약이자 핵심 국정 과제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 지방자치단체도 원도심 재생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선거 4대 핵심 공약으로 △한반도 평화경제 중심 도시 △원도심과 신도시가 어우러지는 재창조 도시 인천 △수도권 교통 중심 도시 △대한민국의 신성장 미래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내세우고 그중에서도 공존과 상생의 인천도시 균형 발전 방안으로 두 번째 선거 공약인 원도심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하여 인천 경제청에 버금가는 원도심 전담 부시장제도의 도입, 도시재생 총괄 전담 기구의 설립, 시장 직속 시민중심 도시재생위원회 설치, 원주민 정착률을 높이는 지역별 현장소통센터 설치, 인천내항 재개발, 부평군부대 이전 등 거점별 도시재생 추진, 청년창업·복합문화·지역상권·지역대학 등 맞춤형 원도심 혁신지구 지정 등 세부 공약도 내세웠다.

그러나 70년대, 80년대 도시계획처럼 경제 제일주의 방식으로 밀어붙이기식이거나, 시설 위주의 프로젝트로 추진해서도 안된다. 이미 오래전에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가 제안한 바와 같이 "공간을 보는 관점 자체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적 공간관에서 문화적 공간관으로, 인공적인 공간관에서 생태적인 공간관으로, 권력자의 공간관에서 일반시민의 공간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도시재생은 문화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원래 도시계획은 낙후된 도시 건축물을 쓰레기를 치우듯 밀어버리고 반듯하고 멋진 빌딩, 질서정연하고 깨끗한 도시, 교통이 편리한 도시, 안전한 도시를 지향한다. 부와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 자본주의 논리에 집중한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사람은 도시를 만들었다'(윌리암 카우퍼)는 말이 있듯 인간은 탐욕스럽게 도시를 만들었다. 지금껏, 인간적이고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이상적이고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몰개성적이고 비인간적이고 기능적인 도시만들기로 집중했다. 하드 인프라에 신경을 쓰고 소프트 인프라는 배려하지 않았다.

도시는 물리적 기술만으로 만들 수 없다. 만들 수 있더라도 박제된 도시가 될 수 밖에 없다. 의미있는 공간, 인간의 삶과 즐거움이 있는 창조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를 만드는 일은 전체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런 네트워크 사회에 있어 문화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제 도시계획은 과학보다 예술이, 문화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도시는 시민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야 하고 공동체가 원활하게 소통되어야 한다. 도시는 문화, 환경, 역사, 사회 등 모든 분야에 담긴 가치관이 함께 조화되고 융합되었을 때 단순한 공간이 하나의 의미 있는 장소로 새롭게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어느 도시든지 그 도시만이 갖고 있는, 그 마을만이 갖고 있는 체온이 있고 주민들의 가슴 가슴에 따듯한 이야기가 있다. 도시재생에 이러한 지역적·장소적·역사적 특성이 살아야 커뮤니티가 살아나고 따듯한 도시로 재탄생한다. 또한 현대적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도시를 꽉 채우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움의 공간, 공공의 공간을 예비하고 그것을 문화로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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