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원인을 미상의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질환을 발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김지수 교수 연구팀은 각종 전정검사와 자기공명영상에서도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 어지럼증을 보였던 환자 338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환자에서 보이는 눈 떨림(안진)은 메니에르병, 전정편두통 등 다른 어지럼증 질환에서 나타나는 눈 떨림에 비해 2 ~ 3배 정도 길게 지속되고, 어지럼증 강도도 매우 높게 유발됐으며 공통적으로 심한 멀미 증상을 호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질환은 머리를 좌우로 반복적으로 흔든 후 유발되는 눈 떨림을 관찰하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법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뇌기능이 불안정하고 예민해져 있더라도 평상시에는 증상에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이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지만, 신체 내의 변화 또는 외부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이런 적응 상태가 교란될 때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환자들에게 신경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인 '바클로펜'을 투여할 경우, 어지럼증 및 멀미 증상이 크게 호전되며 눈 떨림도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기존의 검사 기법으로는 진단하지 못했던 새로운 질환을 찾아낼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원인 미상의 반복성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임상신경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 6월호에 실렸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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