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선진 7개국 지도자들이 1년에 한 번씩 모여 세계정세를 논하고 경제문제를 협의하는 G7회의는 1975년 당시 프랑스의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파리 서남쪽에 있는 고성(古城) 랑부이에서 열린 G7회의를 당시 언론사의 파리특파원으로 재직 중에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7개국 정상들이 의전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세계 정세를 논하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후 G7회의는 참가국인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에서 번갈아 개최하며 43년간 OPEC(석유수출기구)의 석유가격담합 등에 대처하면서 세계 경제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축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G7회의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트뤼도 수상과 각을 세우고 회의가 끝나면 7개국 정상들의 공동명의로 발표하던 공동성명을 거부함으로써 G7을 와해 일보직전으로 몰고 갔다.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단아적인 행동은 취임 초부터 징조를 보였다. 유럽에서 나토(북대서양방위조약기구) 회의에 참석해서는 회원국들에게 나토의 방위비를 유럽 국가들이 더 많이 부담하지 않으면 나토를 탈퇴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2차세계대전 후 냉전과 열전을 거치면서 서방 세계의 핵심적 군사동맹을 해체하거나 와해시킬 수도 있다는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각국이 협력하기 위한 기후협약에서도 탈퇴하여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막아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미국을 끈질기게 설득하면서 기후협약으로의 복귀를 권유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미국이 빠진 기후협약은 효과면에서도 절망적이다. ▶지난주 미국은 유엔인권이사회에서도 탈퇴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입장을 계속한다고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를 탈퇴한 미국 정부는 이번에도 인권이사회가 인권문제가 심각한 나라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고,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의 결정에 감사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국가 간의 협조를 실행하는 국제기구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색적으로 비하하면서 탈퇴를 서슴지 않는 것을 한반도의 남쪽에서 바라보는 것은 심란하고 착잡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