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승 인천남동경찰서경장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치안강국'으로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교통사고 예방과 안전 운행에 대해 수없이 강조되어 왔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남의 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안전 문제에서는 결코 남의 일일 수만 없는데도 말이다.
대한민국 교통안전 통계를 살펴보면,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9.1명으로 OECD 평균 5.6명의 2배 수준이다. 그 중 승용차 승차 중 사망자는 2.4명으로 OECD 2.0명과 근접한 수치를 보이지만, 보행 중 사망자는 3.5명으로 OECD 1.1명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이에 보행자 안전을 위한 예방책의 필요성이 나타남에 따라 경찰청은 보행자 중심 교통안전활동 강화 계획을 통해 사고 예방 및 사망자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통계를 보면, 제한속도를 50㎞/h로 낮추면 사망자가 44.6% 감소하고 차량이 30㎞/h로 통행시에는 보행자 사고 10명 중 1명만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h로 통행시에는 10명 중 9명이 사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속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사망자 수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천천히 그리고 여유 있는 운전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보행자가 사랑하는 내 부모, 가족이라면 빠르고 위험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인가.
시내 도로 중 횡단보도와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운행에 특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 중과실 치사상죄)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12개 조항에는 신호·지시위반(20㎞/h 이상) 및 중앙선침범과 같은 다소 잦은 위반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운전자는 안전한 운행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하는 데도 익숙함에 젖어 안일하게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가 아닌 '내가 먼저'의 생각으로, 서두르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고 여유 있게 천천히 운전하는 습관은 '치안강국' 대한민국이 '교통안전 강국'으로 거듭나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보행자 중심 교통안전활동에 동참하는 방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