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예산탓 못 올려 혼란
어르신 "무더위 부채로 날판"
▲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경로당 6만5000곳에 지원하던 냉방비를 월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지만 시군 예산 부담 이유로 미뤄지면서 노인들이 에어컨 없이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25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권선제일경로당에서 노인들이 에어컨을 꺼놓은 방 안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정부가 올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되자, 경로당 냉방비 인상을 '툭' 던졌지만 정작 도내 지자체들은 정부 발표에 당혹해하고 있다.

정작 지자체들은 예산 확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이른 불볕더위에 노인들의 불만도 커지면서 지자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25일 일선 시·군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7~8월 두 달간 도내 경로당 9400여곳을 비롯해 전국 6만5000곳을 대상으로 냉방비를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는 통상 지자체가 지원하는 냉방비 5만원으로는 노인들이 맘 놓고 무더위를 이겨내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인상 시행을 코앞에 두고 도내 시·군 대부분은 예산 탓에 쉽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도내 총 9474(전국 14.6%)개의 경로당이 있다.

이들 시·군은 만약 기존보다 지원액을 2배 인상할 경우 그만큼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나, 정부에서 이에 대한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냉방비 지원예산은 국·도비 제외, 시·군 부담비율이 52.2%다.

현재 수원·화성·양평·과천·연천 등의 지자체가 월 5만원으로 현상 유지를 결정했다.

현실적으로 인상이 어렵지만, 노인들의 불편을 고려해 '우선 검토' 하기로 한 지자체도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이용 수요가 많은 경로당이라면 5만원으로 부족해서 인상에 대한 의견이 있다"며 "예산이 문제라 조사를 먼저 실시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냉방비 인상을 요구하는 경로당 이용 노인들의 목소리가 많다.

이날 수원 권선구 한 경로당에서 손부채질을 하던 유모(72)씨는 "냉방비 명목으로 지원금이 나오기는 하지만, 전기세 걱정에 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결정 이후 관련된 지침이나 설명도 못 들었다는 시·군도 있는 등 혼란도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아직 냉방비 지원금 인상과 관련해 복지부, 도 등에서 내려온 지침 등이 없다"며 "올해 세워진 예산으로 집행하고 있는데, 공문을 받고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할지 판단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중앙에서 확정적으로 제시하는 게 아니라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 하에 가감지급을 하는 형식"이라며 "불용예산 등도 고려해 예산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이아진 수습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