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관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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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 6월이 가기 전에 전투가 치열했던 강원도 양구군 일대와 해안면에 있는 '양구 전쟁기념관'을 둘러보았다. 규모는 작지만 꼭 알아야 할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잘 정리해 놓아 볼 것이 참 많았다.

양구에는 6·25전쟁 당시 9대 격전지가 있다. '도솔산전투' '대우산전투' '피의능선전투' '백석산전투' 펀치볼전투' '가칠봉전투' '단장의능선전투' '949고지전투' '크리스마스고지전투'에서 아군1만6608명, 적군 2만4437명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그만큼 양구지역의 전투가 치열했던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그 중에서도 '도솔산전투'(1147m)는 1951년 6월4일부터 6월19일까지 혈전 끝에 한국 해병대가 탈환한 고지다. 미군이 실패한 작전을 한국 해병대가 해낸 것이다. 마침 전방부대를 시찰하던 이승만 대통령이 '무적해병' 친필 휘호를 써주었다. 해병대원들에게 도솔산은 성지나 다름없는 고지다. 또한 '도솔산의 노래' 전투군가를 제작하여 해병대에 입대하는 날부터 제대할 때까지 그 군가를 부른다고 한다.
필자는 1997년부터 1998년까지 휴전선 155마일 서쪽 끝 말도부터 동쪽 끝 해금강까지 GOP부대에서 숙식을 하며 민간인 최초로 수차례 횡단 사진작업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가 치열했던 최전방 지역에는 매번 갈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뛴다.

강원도 양구 '해안마을'은 6·25전쟁 중에 미군 병사가 'Punch Bowl' 즉 화채그릇 같다고 외친 게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거대한 원형의 분지이며 바닥은 해발 450m이다. 높은 산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있다. 그 중에서도 대암산1304m, 도솔산1147m, 대우산 1177m, 가칠봉1247m가 하늘로 치솟아 있는 특이한 지형이다.
왜 바닷가도 아니며 내륙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는 산속마을이 '해안마을'이라고 할까 궁금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해안마을은 뱀이 득실거려서 주민들의 피해가 많았다. 어느 날 스님이 돼지를 많이 키우면 뱀이 사라질 거라고 해서 이집 저집 돼지를 키운 후 뱀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해안(亥安)마을로 부르게 된 것이라고 그 지역 토박이 주민이 설명해주었다.

비무장지대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을지전망대'(1049m)는 해안면 통일관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접수를 하면 당일 오전 9시부터 출입할 수 있다. 단 월요일은 휴무다. 전망대 바로 앞 북쪽으로는 북한군 초소와 논밭이 가깝게 보인다. 맑은 날에는 금강산 '비로봉' '차일봉' '미륵봉' '일출봉'까지 볼 수 있다. 또한 남쪽으로는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접시인 'Punch Bowl'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개 낀 'Punch Bowl'은 우주에 떠 있는 신비스런 행성 같기도 하다.

얼마나 많은 국군과 유엔군이 죽어서 지켜낸 이 나라인가. 전장에서 산화한 호국영령과 가족 분들께 백 번 천 번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드려도 모자란다. 일행과 함께 '도솔산전투위령비'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힘차게 외치고 나니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았다.

'휴전선 155마일'은 발길 닿는 곳마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소중한 역사의 현장이다. 또한 귀한 관광자원이다. 돌멩이 하나, 녹슨 철조망, 초소, 흙 한줌, 잡초, 바람소리마저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그곳은 성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비록 전쟁이 남긴 슬픈 땅이었으나 축복을 받은 미래의 땅이 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