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업체 정리안돼 혼선
자의적 판단 따라 '옥신각신'
정류장 주변 버린컵 쓰레기
서울은 '불허' 조례개정 시행
"혼란 잠재울 사회적 합의를"
▲ 경기지역에서 일회용 음료 컵 버스 반입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수원시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 승객들이 버리고 간 음료 컵들이 쌓여있다.
"컵 들고 버스타면 안 돼!", "들고 타도 된 다니까?" 21일 오전 9시. 수원지역 최대 교통요지인 수원역 환승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학생 무리가 뜬금없이 옥신각신했다.

손에 쥔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들고 버스에 탑승이 가능한지 여부를 두고 학생마다 생각이 달랐다.

'일회용 음료 컵 반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나 버스업체 모두 방향을 정리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인근 수원역 10번 출구. 아침 출근 전 졸음을 깨기 위해 커피를 사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장완석(37)씨는 "항상 아침마다 커피를 사서 버스를 타는데 한 번도 승차거부를 당한 적이 없었다"며 "서울시에서는 승차 거부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경기도는 어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내 커피 컵을 들고 버스에 탑승했지만, 별 다른 제지는 없었다.

이와 반대로 음료 컵 때문에 승차에 제지를 받은 경우도 있다.

안산에서 수원까지 버스를 타고 온 이지현(25)씨는 "일회용 음료컵을 들고 버스를 타려다가 승차거부를 당한 적 있다"며 "그런데 다음에 온 버스는 똑같은 일회용 컵을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차가 가능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내버스 운송약관 제3장 운송책임 제6조는 '불결, 악취 등으로 승객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물품'은 차내에 반입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음료 등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컵이 이에 해당되는지 해석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앞서 음료 컵 반입을 금지한 서울시의 경우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등 근거를 만들었다.

하지만 경기지역은 버스업체, 기사, 탑승객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수원·화성·평택 등 노선을 운영하는 버스업체 5곳을 살펴보니, 2곳은 음료 컵 반입금지 관련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3곳은 버스기사의 판단으로 제지하도록 돼 있었다.

A시내버스업체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 개정 이후 일어난 승차거부 대란이 경기도까지 영향을 미쳤다"며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뚜껑이 없는 음료는 제한하려고 하는 편이다"고 밝혔다.

버스정류장 주변에 음료 컵이 쌓이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 쓰레기통이 없는 정류장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B시외버스업체 관계자는 "경기도에는 아직 뚜렷한 조례가 규정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부분이 있다"며 "시민들에게 '왜 제지를 안 하냐' 혹은 '왜 제지를 하냐는' 두 가지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 얼른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 시민들과 버스기사들의 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현우 기자·이아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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