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민원에 항만배후단지로
항만업계 "물류단지 부적합"
경제청 "옮겨야 운영에 이득"
▲ 2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8공구에 건설 중인 호반베르디움 3차 아파트 바로 앞에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장 이전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 뒤 주차장이 도시개발계획상 집하장 설치 예정 부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국제도시 내 신규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장 설치 계획에 대한 주민 반발로 인근 항만 배후단지로 집하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내놓자, 항만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당초 기반시설 조성 계획을 잘못 세운 인천경제청이 생활폐기물 집하장이 필요없는 물류단지로 시설을 이전하려는 것은 국가 물류 정책에 부합하지 않고 물류업계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20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 도시개발계획엔 현재 건설 중인 호반베르디움 3차 아파트 바로 옆에 8공구 입주민 전용 생활폐기물 집하장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8공구 입주 예정자들은 악취 근원지로 꼽히는 생활폐기물 집하장을 집 근처에 두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원이 빗발치자 인천경제청은 8공구 인근 해양수산부 소유 9공구로 집하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아암물류2단지로 명칭이 정해진 9공구에 생활폐기물 집하장이 들어설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아암물류2단지엔 전자상거래·수출입·물류업체 뿐 아니라 인천본부세관도 입주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인천경제청이 내놓은 방안이 물류단지 종사자 수천명을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8공구에서 기피하는 시설을 9공구로 옮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할 따름"이라며 "국가 물류 정책에 맞지 않고 물류업계 종사자를 무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해수청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생활폐기물 집하장은 물류단지인 9공구에 불필요한 시설"이라며 "인천경제청이 주민 반발로 새로운 부지를 찾으려 한다면 8공구 안에서 살피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생활폐기물 집하장은 본래 주민편익시설인데 설치 예정인 8공구 집하장은 주거지역과 상당히 밀접해 있어, 9공구로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8공구 범위에서 이전 부지를 마련해 집하장을 조성할 경우 쓰레기 수송 관로를 훨씬 길게 설치해야 해 공사비가 많이 들고, 시설 운영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란 판단이 든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