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13. 홍어
홍어(洪魚)라는 이름은 몸의 폭이 넓기에 붙은 이름이다. <자산어보>에는 '분어(擥魚)'라 했고, 속명을 '홍어(洪魚)'라 하여 형태와 생태 및 음식으로서 전라남도 나주 지방의 홍어에 대한 기호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본초강목>에서는 '태양어(邰陽魚)'라 하였고, 바다의 음란한 물고기라는 뜻으로 '해음어(海淫魚)'라고 적고 있다. 이렇게 지칭하는 이유는 수컷의 음란함 때문이다.

옛날 어부들은 홍어를 잡을 때 암컷을 줄로 묶어 바다에 던져 두었다. 그러면 수컷이 달려와 대롱 모양의 생식기 두 개로 교접을 하는데 수컷의 생식기에는 가시가 나 있어 한번 교접이 되면 몸을 빼내기가 어렵다. 이때 어부가 줄을 당기면 암컷에 딸려오는 수컷을 잡을 수 있었다. 음란함이 명(命)을 재촉한 꼴이다.

홍어는 몸길이가 약 150㎝이며, 체형은 마름모꼴로 폭이 넓으며 머리는 작고 주둥이는 짧다. 눈은 튀어나와 있으며 눈의 안쪽 가장자리를 따라 5개 가량의 작은 가시가 나 있다. 등쪽은 전체적으로 갈색을 띠며 군데군데 황색의 둥근 점이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고, 배쪽은 희다.

꼬리 등쪽 가운데에 수컷은 1줄, 암컷은 3줄의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수컷은 배지느러미 뒤쪽에 대롱 모양의 생식기 2개가 몸 밖으로 튀어나와 있으며, 가시가 나있다.

산란기는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이며, 11~12월에 가장 성하다. 한번에 4~5개의 알을 낳으며 알은 단단한 껍질에 싸여 있고, 수명은 5~6년 정도이다.

홍어는 가오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두 마리를 나란히 놓고 보면 그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홍어는 마름모꼴로 주둥이 쪽이 뽀족한 반면, 가오리는 원형 또는 오각형으로 둥그스름한 편이다.

두 종을 가장 뚜렷하게 구분 짓는 것은 홍어를 발효시킬 때 나오는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에 있다. 홍어, 가오리, 상어 등 연골어류는 요소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요소 성분은 이들이 죽고 나면 암모니아로 분해되며 독특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특히 홍어는 요소 함량이 높아 살 100g 중 약 2.6g의 요소가 들어 있어 홍어를 삭히면 코를 자극하는 강하고 독특한 냄새가 나게 된다. 가오리를 삭힌 것도 암모니아 냄새가 나긴 하지만 홍어만큼 톡 쏘지는 못한다.

홍어의 독특한 냄새는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삭힘'에 있다. 일반적으로 음식물이 썩으면 인체에 유해한 식중독균 등이 생성되면서 부패한 냄새를 풍긴다. 반면 홍어는 볏짚, 톱밥을 섞어 가마니에 넣고 열흘 정도 지나면 암모니아가 본격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홍어 몸에 녹아 있는 요소 성분 때문이다. 홍어의 발효는 자체 효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세균의 침입을 막아 주는 순기능을 한다. 이렇게 인체에 무해하게 분해되는 과정을 삭힌다고 한다. 삭힌 홍어는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맛들이게 되면 끊기 힘들다. 홍어를 즐겨 먹는 전라도 지방에서는 홍어를 귀하게 여겨 예로부터 관혼상제에서 빠뜨리지 않았다.

겨울 바람이 쌩쌩 몰아치는 겨울, 코가 뻥하고 뚤릴 정도로 푹 삭힌 홍어를 먹는 맛은 남도 맛의 진수이다. 남도 지방에서는 '날씨가 쌀쌀할 때는 홍어 생각, 따뜻할 때는 굴비 생각'이란 말이 자주 오간다. 지금은 사계절 음식이 되었지만 홍어는 가을과 겨울이 제철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남도 지방에서는 가을 이후의 잔치에 삭힌 홍어가 빠지면 격이 없는 집안이고 차린 것이 별로 없다고 섭섭하게 생각했다.

활용음식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홍탁삼합'이다. 삭은 홍어를 쪄내 돼지고기 편육과 함께 김치에 싸서 걸쭉한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 먹는 것으로 술꾼들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원래는 홍어가 흔하고 돼지고기가 귀하던 시절에 별미 홍어와 비싼 돼지고기를 합한 것이라 즐겨 먹었으나 요즘은 홍어가 더 귀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그 밖에 양념은 하지 않은 홍어회와 홍어찜, 홍어탕 등을 즐겨 먹는다. 홍어탕이란 '홍어앳국'을 말하는데 홍어의 내장(간)으로 만든다. 재래식 된장을 풀어 넣고 다홍고추, 마늘, 생강, 양파 등으로 양념한 후 막 움터 오른 보리싹을 넣으면 국물 맛이 시원하다.

이선식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