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유년과 청춘, 공감 얻고 힐링하길"
▲ 배승자 작가는 이번 전시의 의도에 대해 "자연의 생멸에 비추어 나 자신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말하고자 했다"며 "인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존재가 생겨나서 소멸하기까지의 과정들이 서로 엇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나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삶의 한 사이클을 돈다는 환갑을 맞아 새로운 한 살이 됐어요. 어제와 오늘의 시간이 다르지 않겠지만 우리는 시간들을 쪼개고 이름을 붙여 의미를 부여하려하지요. 이번 전시는 자연의 생멸에 비추어 나 자신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말하고자 했어요."

배승자 사진작가가 오는 26일부터 7월1일까지 인천 중구 중앙동 선광미술관에서 'Monologue:지극히 개인적인 독백' 전시회를 갖는다.

모두 15점의 작품들이 소개되는 배 작가의 이번 전시회는 'Monologue:지극히 개인적인 독백'이라는 주제에 따라 작품마다 따로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첫 번째로 보게될 작품을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개울 옆을 지나가는 가족을 담은 흑백사진으로 배치한 이유는 파노라마처럼 어릴 때의 장면을 그리려 했어요. 이어지는 작품에서 강렬한 색깔의 꽃잎을 강조한 것은 화려하고 찬란하지만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는 청춘을 나타내려 했지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하는 배 작가는 빛이나 색의 인위적인 합성을 꺼려한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피사체가 원치 않는 의미를 더하고 싶지 않아서다.

"찢겨나간 연잎이 새싹을 보호하는 장면이나, 시멘트 블록 담장 맨 밑에 한줄기 빛을 받고 있는 이름모를 작은 풀잎이나, 연못의 돌 위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길다란 이파리나, 작을 길위에서 금세라도 떨어져 내릴듯한 노란 잎들은 모두 푸근해지는 여유와 애정 깃든 시선으로 바라보면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심정으로 렌즈에 담았지요."

나이를 더해 갈수록 청마 유치환의 시 '바위'에 담겨있는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는 배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바위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뒤 쪽에 배치했다.

"눈보라치는 덕유산 정상에 버티고 있는 바위와 강릉 사천해변의 소용돌이치는 물보라 속에서 의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위에 이어 모진 각이 있는 큰 바위에서 파도에 휩쓸리며 둥글둥글해진 몽돌처럼 다가온 세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었어요."

배 작가는 1957년 인천에서 태어난 토박이로 인하대 영문과를 1986년에 졸업한 뒤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틈틈이 카메라를 잡다 아들이 대학을 입학한 뒤 '인천의 석학'이라 불리는 남편 하석용 박사의 권유로 2008년 재능대 사진영상미디어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사진 공부를 시작하고 내친김에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 전공으로 미술학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현재 사진집단 '큐브'회원으로 수차례의 그룹전과 2015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우리나라 세계문화유산 12곳의 모습을 담은 '우리를 돌아보다' 개인전 등 활발한 작품활동과 함께 재능대와 연수문화원에서 사진을 가르치고 있다.

"남편의 배려가 아니었으면 '빈 둥지 증후군'처럼 마음 둘 곳이 없었을거에요. 하지만 자식같은 친구들과 어울려 사진 공부를 하니 너무 즐거웠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게 된 계기도 됐지요. '지극히 개인적인 독백'인 제 작품을 보면서 '나도 그런적이 있었다'며 공감을 얻게 되고 힐링을 하게되면 좋겠어요.
"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