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남녀간 사랑 거침없이 표현
구한말 서울·경기 대표 성악
예술소리꾼 50여명 범박타령 등 공연
▲ 경기잡가포럼의 공연 모습. /사진제공=경기잡가포럼
사단법인 경기잡가포럼은 23일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2018년 정기공연 '경기소리 잡가와 대감놀이를 만나다'를 개최한다.

고양시가 후원하고 ㈔경기잡가포럼이 주최·주관하는 이번 공연에는 경기 소리꾼 50여명이 출연해 경기지역의 대표적인 경기 잡잡가, 경기민요, 대감놀이 등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구한말 서울·경기 지역의 대표적인 성악 예술로 당시 공예인, 상인, 기생들이 즐겨 불렀던 잡잡가도 소개한다.

잡잡가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2좌창 중 8잡가를 뺀 나머지 4잡가인 달거리, 십장가, 방물가, 출인가 외 범벅타령, 토끼 화상, 담바귀타령, 국문뒤풀이, 풍등가 등 세련된 경기창을 일컬은 말이다.

현실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거나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등 가사 내용이 거침없는 게 잡잡가의 특징이다.

1960년대까지 널리 불리며 매우 인기가 많았으나 현재는 전문 소리꾼들에 의해서만 불릴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연에는 잊혀가는 서울·경기 잡잡가를 대중에게 새롭게 인식시키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계기로 삼는다는 기획 의도가 담겨 있다.

공연에서는 여러 잡잡가 중 가장 긴 사설을 가진 작품으로, 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성을 비판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에 내용이 저속하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던 '범벅타령'을 비롯해 한글 사용이 어려운 일제강점기 초기 한글 보급 운동 차원에서 불린 '국문뒤풀이'가 소개된다.

또 구한말 서양 담배가 급속히 유입되자 이를 풍자한 '담바귀타령', 판소리 '수궁가' 대목 중 화공을 불러 토끼 그림을 그리는 대목으로, 일제강점기 창부타령조로 새롭게 각색된 '토끼 화상', 풍년에 대한 열망을 담은 '풍등가'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노경미 경기잡가포럼 이사장은 "일 속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들을 위해 좀 더 가까이에서 국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바탕 신명 나는 '열린' 공연을 펼치고자 한다"며 "특히 이번 공연은 관객들에게 잡잡가를 소개하고 그 멋을 느끼도록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