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광명문화재단 대표이사
카페, 생맥주 전문점, 헬스장에서 배경음악을 듣기 어려울 수 있다는 기사를 얼마 전 읽은 적 있다.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라 오는 8월부터는 지금까지 대규모 점포에서만 적용된 저작권료 징수가 소규모 점포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배경음악 이용에 부과되는 저작권료 액수는 실제로 많지 않지만, 여파는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우선 대중적으로 아주 유명한 음악은 듣기 어려울 수도 있고, 커피나 생맥주 소비자가격이 약간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매장들은 음악사용에 따라 새롭게 부과되는 비용을 어딘가에 보탤 것이기 때문이다.
레코드 가게나 거리에서 흔하게 캐럴을 듣던 세대들은 쉽게 공감을 하겠지만, 몇 해 동안 거리의 크리스마스 캐럴 음악이 점점 사라진 것을 느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혹은 이어폰을 끼고 개인 취향대로 음악을 골라듣는 세대 변화일지도 모르겠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이전만 못하다는 사람들도 있고, 연말연시 경기가 조용하다고 느낀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럴 소리가 적어진 것은 실물 경기 영향도 있겠지만 대형매장에서 그동안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배경음악이 연주한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공연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규정한 개정된 저작권법의 영향이다. 올해부터는 소형 매장에서 사용하는 배경음악에도 저작권료 징수를 확대하여 크리스마스 캐럴을 지난해보다 듣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들었던 음악이 '귀하신 몸'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생활 속으로 저작권은 아주 조금씩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전북 전주시에 소재한 20여개 대형교회에 법원에 출두하라는 내용의 편지가 전해졌다. 이유는 교회 찬양대가 복사해서 사용한 악보 책 때문이었다.

악보 구입 경비를 절감하려는 교회의 행동이 출판사 측에서 보면 악보를 무단복사한 저작권법 위반이었던 셈이다. 교회 음악 전문 출판사들이 연합해서 법률 대리인을 임명하고 저작권 위반 소송을 추진한 것이다. 서로 합의하에 사태를 마무리했지만 이면 합의 조건으로 해당 교회들은 적지 않은 위약금을 내기도 했다. 지금은 대부분 교회 찬양대에서 정식으로 출판된 악보 책을 사용하고 있다.

저작권 위반으로 천문학적 금액을 배상한 사례가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백 만송이 장미'라는 노래이다. 이 곡은 러시아 민요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1981년 라트비아 작곡가에 의해 작곡된 곡이다. 원작의 노래가사는 라트비아 고난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곡조는 같지만, 노래 가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백 만송이 장미'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1980년대에 일본에서 대유행을 하고, 유명 가수들은 다양한 버전으로 음반을 제작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연일 방송에서 흘러나오고 음반 판매는 기록을 경신하기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저작권 위반 국제소송이 발생한다. 러시아 민요라고 알고 있어서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다가 소송에 패하여 천문학적 배상금액을 원 저작권자에게 지불하게 된다. 그 사건 이후 일본사회에서는 저작권에 대한 커다란 인식변화가 생겨 모든 기관에 저작권을 담당하는 부서가 만들어지고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소규모 출판사를 설립해도 편집국과 저작권국을 대등한 인원과 조직으로 설립한다고 하니, 그들이 겪은 충격의 정도가 어느 만큼이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작권의 꽃은 송사라고 하는 것 같다.
필자도 저작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 보호는 창작자의 창작 의욕을 북돋아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드는 계기를 이루며, 이렇게 만들어진 창작품은 결국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회가 문화발전을 하고, 더 나아가 문화 상품 수출을 통해 국가의 경제적 이익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두뇌와 손재주는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월등히 좋다. 창작 분야는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발전시켜야 할 분야이다.

건전한 창작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의 정규 교과과정에서 저작권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공직사회부터 저작권에 대한 철저한 보호와 관리를 하여야 하고, 위반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했다. 빛나는 우리 조상들의 문화유산은 예술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높은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이룩할 수 있었다.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좋은 토양은 창작품을 보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