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 줄줄이 문 닫아 '한탄' … 지원 정책도 따로 없어
"대형마트? 젊은 사람들이나 편하게 이용하지, 우리 같은 사람은 장 보러 가는 것도 전쟁이야 … ."

18일 오전 인천 중구 신생동에서 만난 정모(74)씨는 대형마트를 떠올리면 신경이 곤두선다고 했다. 며칠 전 생필품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로 가던 중, 지팡이가 돌에 걸려 크게 넘어졌기 때문이다. 동네슈퍼가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생필품을 살 곳은 대형마트밖에 남지 않았다. 정씨는 "제대로 걷기도 힘든데, 휴지 하나 사러 멀리까지 가야 한다"고 한탄했다.

신흥동에 사는 강모(79·여)씨 역시 대형마트를 설명하며 손사래 쳤다. 강 씨는 "젊은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차를 타고 쉽게 가지만, 노인들에겐 힘든 일이다"며 "(힘들게 도착해도) 대형마트가 너무 넓어 길을 헤매기 일쑤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생기고 온라인 쇼핑까지 가능해지면서 소비자가 편리한 소비생활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노인들은 혜택을 못 받고 있다. 현대식 쇼핑방식이 어색하고 불편한 노인을 위한 정책도 마땅히 없는 편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지난 1월 내놓은 시정이슈제안 '인천 노인소비지원프로그램 신설과 노인소비서비스 사회적 기업 제안'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일주일에 1회 이상 점포를 찾을 경우, 동네슈퍼를 이용하는 비율은 61.4%로 나타났다. 반면 대형마트는 8.4%, 전통시장은 30.3%였다. 노인들이 주로 슈퍼마켓에서 소비활동을 한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주거지 주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노인들이 받는 타격은 막대하다. 대형마트 입점으로 주변지역 슈퍼마켓이 폐점으로 이어지면, 익숙하지 않은 대형마트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노인들을 도울만한 정책도 마땅히 없다 보니 노인들의 소비생활 만족도는 낮게 나타나고 있다. 노인들은 대형마트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 거동 불편·이동 수단 부재·익숙한 제품 선호 등을 꼽고 있다.

중구 답동에 있는 경로당에서 만난 최모(82·여)씨는 "대형마트를 잘 안가려고 하자 손자들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용법도 겨우 배운 마당에 인터넷 쇼핑은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생기는 동안 노인 소비자가 겪는 어려움을 크게 고려하지 못했었다"며 "향후 노인 소비자를 위한 지원 정책을 고민하고 온라인쇼핑 방법을 교육하는 등 상황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임태환 수습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