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신문사 특파원으로 파리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아침마다 동네 빵가게에서 바게트를 사오는 것은 일상생활의 하나이며 즐거움이기도 했다. 시내 지하철표 값이나 국내용 우표 값보다 싼 바게트를 한 개 사오면 가족들과 아침식사가 충분했으며 겨울철 빵가게가 문을 열 때쯤 바게트를 사면 방금 화덕에서 나온 따듯한 감촉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파리바게트가 우리나라 최대의 제과점 체인으로 자리를 잡은 후 바게트는 프랑스 다음으로 우리에게 친밀한 단어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바게트는 포도주와 치즈에 이어서 전 세계 사람들이 프랑스의 먹을거리를 연상할 때 손꼽히는 상징적이고 지극히 프랑스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초에 프랑스제과협회 간부들과 브랑제리(빵가게) 주인들을 엘리제궁에 초대한 자리에서 바게트를 유네스코에서 심사·결정하는 인류문화유산으로 신청하겠다고 약속했다. ▶20세기 초반보다는 소비가 많이 줄었다지만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하루에 3000만개의 바게트를 구워내고 있다. 제과협회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는 무려 3만2000개의 여러 가지 빵과 과자를 굽는 브랑제리가 있으며 하루에 1200만 명의 프랑스인들은 빵가게에 간다. 아침마다 화덕에서 구운 따듯한 바게트나 크로와상같은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프랑스 사람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쌀 소비가 매년 감소하듯 프랑스에서도 바게트 소비가 줄어들고 폐업하는 브랑제리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소비감소뿐 아니라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작업을 시작하는 것도 대표적인 고된 작업으로 꼽히고 있어 외국이민자들 특히 북아프리카(알제리·튀니지·모로코) 출신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물론 파리 같은 도시에서도 다각적으로 브랑제리 후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매년 5월에 개최되는 파리 바게트대회다. 금년으로 24회가 되는 대회에는 파리시내 대표적인 브랑제리 181곳에서 바게트를 출품했는데, 엘리제궁 주방장이 포함된 12명의 심사위원들은 몽파르나스 지역의 라스파이가(街)에 있는 튀니지 이민 2세의 빵가게 '2M'의 바게트를 1등상으로 뽑았다. 4000유로의 상금과 함께 금년도 엘리제궁에 바게트를 납품할 영예를 차지한 '2M'을 마침 파리에 체재하고 있을 때여서 직접 찾아보았다. 튀니지 출신으로 바게트 상을 받은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수상자 엠세디 씨는 "가장 프랑스적인 바게트를 더 잘 만들라는 이민자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의 성원으로 이해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