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후광' 12년 만에 북·동부까지 싹쓸이
한국당, 철 지난 '색깔론' 휘두르다 '야당 심판' 자초
▲ 경기도 기초단체장 후보 당선 현황 /14일 0시 현재


6·13 지방선거 개표 결과(오후 11시 기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경기도지사는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보수정당 강세지역인 경기북·동부까지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이같은 싹쓸이 현상은 지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경기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3곳,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1곳을 뺀 27곳에서 승리했다.

도내 31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27곳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고 가평·여주·연천·양평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경합 중이다.

'진보의 압승, 보수의 몰락'으로 나타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 원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 후광 ▲한반도 평화시대 ▲야당심판론 등이 꼽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대를 유지하며 고공행진했고 이에 힘입어 민주당의 지지율도 50%를 넘기며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선거기간 동안 정책 대결을 회피하는 등 몸을 사리거나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등 조용한 선거판을 흔들지 않기 위한 전략을 써왔다.

결국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정권 안정을 원하는 국민들의 표를 끌어들였고 지방선거 압승의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야당 후보들은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각종 의혹 제기와 폭로 등 네거티브 전략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대형 이슈에 밀려 지역 이슈가 사라진 점이 컸다.

4·27판문점선언과 5·26남북정상회담에 이은 선거 전날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

경기북부의 경우 남북 협력의 전진기지로 적합해 전략적 중요성이 통일을 비롯한 경제·관광·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조명될 수 있는데다, 이에 따른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또 '접경지역'의 굴레가 '피해의 세월'이 됐던 경기북부지역에게 '평화'는 삶을 바꾸는 기회로 보는 민심이 담겨져 있었다.

이같은 민심의 변화를 읽지 못한 한국당 지도부가 '위장 평화쇼'라는 발언을 하는 등 한국당은 철 지난 수구 냉전 시대의 색깔론을 꺼내 들면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세월호 침몰로 한국당의 열세가 예상된 지난 6회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한국당이 기초단체장 13명을 당선시킨 밑바탕에는 경기북·동부지역의 지지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도 여소야대 정국을 이어가던 야당에 대한 심판도 이번 선거에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을 심판해 적폐를 청산하자는 민심이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발목을 잡았고 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을 무산시킨 영향을 받았다.

결국 야당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정권심판론'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야당심판'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선거에서는 연천, 가평, 양평, 여주를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줬다. 가평(개표율 47.5%)은 한국당 김성기 후보와 민주당 정진구 후보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등 경합을 보였다.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정당의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연천(개표율 45.1%)은 한국당 김광철 후보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막판 뒤집기가 남아 있어 민주당은 첫승을 기대하고 있다.

또 양평(개표율 19.5%)은 민주당 정동균 후보가 한국당 한명현 후보를 3%p(표차 347) 앞섰고, 여주(개표율 40.6%)도 민주당 이항진 후보가 한국당 이충후 후보를 2.6%p(표차 580표) 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등 민주당이 근소하게 우세를 점했다.

과천·안성·포천·양주는 지방선거 시행 후 처음으로 진보성향 정당의 후보가 나왔다. 지난 2002년 제3회 지방선거부터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광주·남양주도 민주당에게 단체장을 맡겼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