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위원
이부망천. 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어떻게 공식석상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망언의 장본인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당을 탈퇴했다. 그렇다고 인천·부천시민들의 분노가 사그라들 리 없다. 정치권이 먼저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인천·부천 시민은 물론 국민들께 사죄하고 한국당은 분명히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신길웅 정의당 연수구 송도동 시의원 후보는 시민소송인단 613명을 모아 6억31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9일 기자회견을 연 더불어민주당 인천·부천 지역 국회의원들은 "인천시민들은 한국당과 후보가 오직 당선만을 위해 시민들을 호도하고 우롱하고 속였다는 것을 명명백백히 알게 됐다"며 "한국당이 인천과 부천에 대해 갖고 있는 적나라한 인식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정태옥 의원의 말에 따르면 인천 중구와 남구, 부천은 서울에서 쫓겨나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드는 낙후한 변방일 뿐이다. 이 말 속엔 인천·부천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루저'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지방분권시대를 역행하는 지역폄하로 자부심과 애향심으로 살아가는 시민들이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둘째 치고, 그는 사실을 호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극소수의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사회과학적 통계오류를 범한 것이다.
인천, 부천으로 이주한 사람 중엔 정 의원이 말하는 이부망천의 처지로 온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례는 극소수일 것이며, 어디 도시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천·부천을 몽땅 싸잡아 이혼하거나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로 규정해 버린 것이다. 그는 더욱이 지난 2010년부터 3년 간 인천시청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인천의 관리'였다. 그런 인식과 가치관을 가진 관리가 어떻게 인천시정을 운영했을 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정 의원이 '입은 재앙의 문이며 혀는 곧 몸을 베는 칼'이라는 말만 새기고 있었어도 인천·부천시민들에게 이처럼 큰 아픔은 주지 않았을 것이다. 지방선거 투표일인 오늘, '자치분권'이 왜 중요한지 새삼 절감하는 날이다.